평소에 고혈압과 당뇨를 주의해야 하는 건강상태였더라도 급작스러운 업무량 증가로 마비증세를 겪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단독2부 김도균 판사는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에서 근무하던 임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당뇨와 혈압관리가 필요한 건강상태였더라도 과도하게 늘어난 업무 탓에 뇌경색을 앓게 됐다”며 공단에 요양급여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존 질병이 과중한 직무가 원인이 돼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다면 업무와 질병과의 인과관계가 입증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이어 김 판사는 “임씨는 건강검진에서 고혈압과 당뇨 주의 의견과 고지혈증 소견을 받았지만 약물치료가 아닌 생활습관 개선이 요구되는 상태였다”며 “누적되고 집중된 육체적ㆍ정신적 부담이 발병 당일의 비교적 열악했던 작업환경과 더불어 뇌경색의 발병 또는 악화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지난 2008년 7월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에서 근무하던 임씨는 포르테 승용차 생산라인이 추가된 후 양산 준비작업을 위해 휴일 특근을 연속으로 수행하다 마비증상이 나타났다. 이에 근로복지공단은 ‘임씨의 과거병력과 건강검진상 당뇨ㆍ혈압관리 주의 대상자였던 점을 고려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임씨의 신청을 거절했고, 행정소송으로 이어졌다.
앞서 법원은 파주시 공무원 이모씨가 지역 축제를 준비하면서 행사를 2달 앞두고 뇌출혈로 쓰러진 경우에 대해서도 “고혈압을 평소에 앓았더라도 야근과 휴일근무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누적된 피로가 뇌출혈의 발생 원인”이라며 공무상 재해를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