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對이란 금융제재 착수

미국·이스라엘 계열 7~8개 은행 달러화거래 규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문제삼고 있는 미국이 이란의 대외 달러화 거래를 부분적으로 봉쇄하는 등 이란에 대한 금융제재에 착수했다. 다부드 다네시-자파리 이란 재무장관은 13일 테헤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이 최근들어 상징적 조치로 7∼8개 금융기관을 통한 이란의 대외 달러화 거래를 규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은행들을 구체적으로 거명하지 않은 채 미국계이거나 이스라엘 자본이 투자된 은행들이라고만 말했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스위스 은행인 UBS가 미국 주주들의 압력에 따라 이란과의 거래를 이미 중단했고, 크레디 스위스 은행은 이란과 새로운 거래를 트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다네시-자파리 장관은 이란은 달러화 거래에 제한을 받으면 거래수단을 다른 통화로 돌릴 수 있기 때문에 자국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고, 오히려 미국의 이익이손상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이란 정부가 미국의 본격적인 금융제재를 앞두고 이미 대책을 마련해놓았음을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범 아랍신문인 앗샤르크 알-아우사트는 올해 초 이란 정부가 미국의 금융제재에 대비해 유럽은행에 예치해 놓은 현금을 홍콩, 두바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지의 은행으로 옮기고 있다며 이렇게 이전된 액수가 이란 외화보유고의 4분의1에 해당하는 80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중 2번째 산유국인 이란은 지난해 원유 수출을 통해 420억달러를 벌어들였으며, 지난해 말 기준으로 유럽은행들에 360억달러의 현금을 예치해 놓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조선 등 대외 금융거래를 수반하는 제조업이 급성장하는 이란에 대한 미국의 금융제재가 본격화되면 이란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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