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과학자들이 치명적 전염병의 위협으로부터 인류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전염병 세계 지도’의 제작에 돌입했다. 발병 위험성이 높은 지역을 정확히 파악, 국제기구들의 자금지원을 집중시키기 위해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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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의학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전염병의 출현은 인류에게 커다란 위협이다.
최근 전국을 뒤흔들고 있는 광우병을 비롯해 에이즈(AIDS), 조류독감(AI), 사스(SARS) 등이 그 대표적 사례.
이러한 신종 전염병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치료제의 개발에 앞서 발병 사실의 조기발견과 확산 방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이들이 언제 어디서 출현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이에 최근 과학자들은 치명적인 신종 전염병의 위협으로부터 인류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일명 ‘전염병 세계 지도’의 제작에 돌입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야생생물트러스트(Wildlife Trust)의 주도로 세계 각국의 연구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전염병 발병 위험도에 따라 전 세계를 분류한 뒤 그 결과를 지도로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발병 위험성이 높은 국가와 지역을 정확히 알고 있다면 전염병 학자들의 관심과 국제기구들의 자금지원을 집중시켜 조기 발견 및 예방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이미 별도의 국제역학연구팀이 1940년대부터 지금까지 출몰한 신종 전염병 335종의 데이터화를 완료했으며, 이 정보를 기반으로 세계 각지의 전염병 발병 위험도를 계량화하는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현재까지 분석된 바에 따르면 전염병 발병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바로 동물과의 접촉이다. 지난 60여 년간 나타난 신종 전염병 중 무려 60% 이상이 인간과 동물간의 직?간접적인 접촉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항생제의 남용도 주요 요인의 하나로 꼽혔다.
기존 약물에 내성을 지닌 전염병 대부분이 항생제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선진국에서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연구팀은 또 급속한 인구증가, 농업 및 산업구조의 변경, 과도한 삼림 벌채 등을 전염병 확산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1949년 이래 전체 농지의 20%가 못쓰게 돼 무분별한 농지개간이 이뤄지고 있는 중국 동부, 항생제?살균제가 과용되고 있고 인구밀도 역시 높은 미국 동북부, 2100년경 인구 20억명 돌파가 예상되는 인도 등이 고위험 지역으로 지목되고 있다.
반면 아마존은 심각한 산림파괴에도 불구하고 인구밀도가 지극히 낮다는 이유로, 호주는 야생동물의 천국이지만 인간과 접촉빈도가 높은 포유류가 별로 없기 때문에 저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이 프로젝트의 수석연구자인 야생생물트러스트의 피터 다스작 박사는 “에이즈가 인간에게 처음 전염된 지 25년 후에야 우리가 이 존재를 발견했던 것처럼 신종 전염병 출현 위험이 높은 국가들 대부분은 이를 신속히 찾아내고 막아낼 능력이 없는 저개발국”이라며 “전염병 지도는 이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