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이 철저히 박스권 매매에 나서면서 모처럼 ‘재미’를 보고 있다. 지수 1,000선이 붕괴된 10월 넷째주부터 지난주까지 개인들은 한 주를 제외하곤 매주 ‘지수 하락시 매수, 상승시 매도’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시장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저가 매수 후 반등시 곧바로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쏠쏠한 단기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 하지만 이 같은 개인투자자들의 단타는 향후 지수 전망을 불투명하게 본다는 의미로도 해석되며 모처럼 좋아진 증시의 상승세를 억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개미들, ‘박스권 매매’로 단기 수익 쌓기=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최근 11거래일 중 10거래일 동안의 상승 마감(19일 종가 1,180.97포인트)으로 '1,000선 붕괴'의 악몽을 겪었던 10월 셋째주 수준(금요일 종가 1,180.67포인트)까지 회복됐다. '1,000~1,200선'의 시소 장세가 두 달간 지속된 셈이다. 이 기간 개인들은 ‘저가 매수 후 반등시 차익 실현’이라는 박스권 매매에 치중하면서 단기 수익 쌓기에 주력해왔다. 예컨대 지수가 1,180.67포인트에서 938.75포인트로 내려간 10월 넷째주 4,671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지수가 1,113.06포인트로 다시 오른 다음주에는 8,433억원을 순매도했다. 일선 증권사 지점 창구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은 감지된다. 이기태 한화증권 갤러리아 지점장은 “최근 손실이 난 펀드를 환매한 후 그 돈을 종잣돈 삼아 우량주 위주의 직접 투자에 나서는 고객들이 많아졌다”며 “’1,000~1,200선 박스권 매매를 통해 그간의 손실을 보전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한경준 한국투자증권 여의도PB센터 차장 역시 “불확실한 장세로 보수적인 투자를 권하고 있지만 여유 자금이 있는 분들의 경우 주식형 펀드보단 매매 탄력성이 높은 직접 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낙폭이 과대했던 우량 종목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에 나서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1,200선 돌파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11월 이후 개인들은 지수의 박스권을 설정해서 고점 부근이 오면 덜어내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주요 투자 주체 중 가장 매매를 잘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개인들의 매매 패턴이 지수 상승을 제약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12월 들어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1조26억원, 8,372억원을 순매수하고 있는 반면 개인들은 1조8,541억원 순매도했다. 연말 배당 등을 감안한 기관들의 프로그램 매수와 외국인의 순매수로의 포지션 전환 등 증시 수급 여건이 호전됐지만 개인들이 지수 하락을 부추기고 있는 형국이다. 곽중보 연구원은 “최근 개인들의 매매는 향후 지수 전망을 불확실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라며 “그러나 최근 장세가 점점 추세적 움직임을 보여 나가고 있어 개인들의 전략이 계속 맞을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