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 달라진 트렌드, '젊은층' 지고 '가족형' 뜬다

계절밥상이 '추억의 과자코너'에서 판매하는 생과자 메뉴.
코코이찌방야·스시로·와타미, 종로 등 주요상권서 잇단 철수
2030 구매력 기대 못미친 탓
다양한 세대 입맛 노린 계절밥상·자연별곡은 매장 늘리며 지역 명소로

계절밥상이 '추억의 과자코너'에서 판매하는 생과자 메뉴.

# 언제나 젊음이 느껴지는 신촌 명물거리. 도심 주요 상권이자 20~30대가 많이 찾는 곳이어서 젊은 층을 핵심 고객으로 삼은 외식업체들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거쳐야할 교두보 같은 지역으로 꼽힌다. 2010년 농심은 이곳에 가맹 1호점인 '코코이찌방야 신촌점'을 열었다. 하지만 최근 이 가게는 문을 닫았다. 업계에서는 세계적으로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는 일식 카레집 코코이찌방야의 실패 이유로 젊은 층의 구매력이 회사 예상에 비해 현격하게 낮았기 때문으로 본다. 신촌지역은 평균 1인 식단가가 7,000원대인데 코코이찌방야는 기본 메뉴가 9,000원 이상이라는 점이 패착이었다는 설명이다.

6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젊은 고객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쳤던 외식업체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반면 전 세대 모두 즐길 수 있는 '가족형' 레스토랑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코이찌방야 등 20~30대를 핵심 타깃으로 삼은 일식 브랜드들이다. 회전초밥 브랜드인 '스시로'는 딱딱하고 무거운 일식집의 분위기를 깨고 젊은 층을 겨냥해 외식시장에 도전장을 냈지만 최근 서울 종로점이 3년 만에 문을 닫는 등 고배를 마셨다. '생선초밥은 일식집에서 대접받으며 먹는 음식'이라는 중장년층의 고정관념을 깨지 못하고 청계천변의 높은 임대료에 밀려 철수한 것. 개점 당시 인근 회사에 근무하는 30대 직장인들을 겨냥했지만 강남이나 쇼핑몰처럼 젊은이들이 잇달아 방문하는 상권은 아니라는 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국내 최대 프랜차이즈 기업인 BBQ제네시스가 일본 외식그룹 와타미와 손잡고 지난해 선보인 일본식 선술집 '와타미'도 2호점인 종로점까지 내며 안착하는 듯 보였지만 기대보다 적은 수요에 종로점을 폐점했다. 론칭 1년6개월 가량 지났지만 점포는 강남본점 단 한 곳에 머물게 된 셈이다.

반면 특정 세대에 치우치지 않고 가족 모두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가족형 레스토랑'은 거듭되는 불황에도 기세 등등하다.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입맛을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대표적인 업체가 CJ푸드빌과 이랜드, 신세계 등이 출사표를 던진 한식뷔페다.

성업 중인 계절밥상과 자연별곡은 공통적으로 영양가 높은 한식메뉴로 주부 소비자의 까다로운 입맛을 잡은 뒤 가족단위 고객의 방문 횟수를 늘려가는 마케팅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특히 자연별곡의 경우 4인 가족이 후식까지 먹어도 8만원이 안되는 합리적 가격을 책정하고, 개장 시간을 통상 11시에서 10시30분으로 앞당겨 아이들 등교 이후에 열리는 주부모임을 겨냥했다. 이에 힘입어 자연별곡은 브랜드 론칭 6개월만에 매장 10개를 확보했다.

계절밥상은 메뉴 구성이 돋보인다. 잘 알려지지 않은 향토 식재료를 선보이는 것 외에도 '추억의 간식 코너'를 따로 만들어 중장년층에게는 옛 추억을, 젊은 층에게는 먹는 재미를 선사한다. 그렇다고 20~30대를 배제하는 것도 아니다. 베드타운 아닌 곳에 자리잡은 매장의 경우 연인이나 친구들과 방문하는 젊은 이들을 고려한 메뉴도 많다. 자연별곡 관계자는 "일반 매장은 가족 단위 방문객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서울 홍대와 대구 동성로 매장은 상권 특성상 하루 1,500명 이상 20~30대 고객이 방문한다"며 "이곳은 마늘치킨이나 주꾸미 치즈퐁듀 등 젊은 입맛에 맞는 메뉴를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 외식메뉴로 인기가 높은 중식도 '가족형'이 대세다. 지난 7월 서울 목동에 6호점을 새로 낸 대만식 딤섬 전문점 딘타이펑은 가족단위 고객을 위한 세트 구성과 이벤트를 무기로 사업영역을 확장 중이다.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자장면과 탕수육(꿔바로우) 메뉴를 도입해 가족외식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또한 주거지역 일부 매장에서는 12시 이전 방문 고객에게 25% 할인 혜택을 주고 어린이 고객을 위해 별도의 식기세트를 마련하는 세심함에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