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이 동생에게 맡긴 비자금 가운데 채권소멸시효(10년)가 지난 70억원도 환수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8부(재판장 김능환 부장판사)는 4일 국가가 노 전 대통령의 동생 재우(66)씨를 상대로 낸 추심금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국가에 70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가 검찰조사 과정에서 형으로부터 받은 돈으로 구입한 아파트 등을 국가에 자진납부할 것을 약속하고 포기각서까지 썼던 사실에 비춰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나중에 이를 거부한 것은 신의원칙에 위배되는 항변권의 남용에 해당한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앞서 지난 4월 1심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이 재우씨에게 맡긴 비자금 120여억원 가운데 91년 8월에 건넨 50억원에 대해서는 "국가에 반환하라"고 판결했지만 88년 1월에 맡긴 정치자금 70억원에 대해서는 "시효가 지났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국가는 "96년 노 전 대통령 재산에 대한 가압류 조치로 시효는 이미 중단됐으며 설령 지났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재산을 자진납부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포기각서도 제출한 만큼 70억원도 환수돼야 한다"며 항소했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