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재해 방어체계에 공백

국내 유일 해저지진계 7개월째 고장 방치
"사고 원인 조사 오래걸려" 기상청, 이제야 복구 시작


세월호 참사로 안전불감증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 유일의 해저지진계(관측기)가 7개월째 고장 난 채 방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9일 기상청과 KT 등에 따르면 일본이나 동해에서 지진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 울릉도 앞바다 밑에 설치한 국내 유일의 해저지진계가 지난해 11월부터 고장 난 상태다. 해저지진계가 고장이 난 이후 기상청은 사고원인을 조사한다는 명분으로 5개월여 동안 고장 상태로 두다 최근에야 산하기관인 한국기상산업진흥원을 통해 고장 복구 (공사)용역을 발주했다.

입찰 결과 KT 계열사로 국내 유일의 해저통신·전력케이블 건설업체인 KT서브마린이 복구 사업자로 선정돼 오는 9월19일까지 복구공사를 완료하기로 했다.

국내에서 하나뿐인 해저지진계가 고장이 나 7개월째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은 물론 복구공사 완료기간을 포함하면 10개월 동안 '먹통'인 채로 방치돼야 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큰 지진이나 해일 발생에 대비하기 위한 동해안 재해방어 공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고장 난 해저지진계는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일본에서 발생하는 지진을 감지하는 것으로 현재 울릉도에 설치된 관측기 가운데 일본에 대해 가장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기상청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초부터 해상지진계 데이터 송수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고장원인 분석을 하느라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면서 "고장은 해상지진계 케이블이 육상과 연결된 게 절단됐기 때문으로 원인은 당시 태풍을 피하기 위해 닻을 내리고 피항한 중국 어선 때문이거나 지난 2010년 고장 때 복구공사 과정에서 부실공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고장이 난 해저지진계는 2010년 1월에도 고장이 나 장기간 방치됐다가 11개월 만에 수리를 완료한 적이 있다. 당시에 KT서브마린이 복구공사를 맡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저지진계는 2006년 12월 기상청이 23억원을 들여 울릉도 사동항 남쪽(통구미해안) 15㎞에 걸쳐 육지에서 수심 2,000m에 설치한 국내 최초이자 한 대뿐인 장비다. 당시 기상청은 경북 울진과 일본 쪽에서 발생하는 큰 규모 지진이나 해일 대비와 동해안지역 원자력발전소 안전성 확보를 설치이유로 들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2010년에도 고장이 나서 11개월간 방치됐는데 3년 만에 또다시 고장이 났다는 것은 재해방어 공백을 비롯해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라며 "세월호 참사로 안전불감증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고장이 장기간 방치된 이유가 중국 어선인지 부실공사인지 등 국회 차원에서 실태조사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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