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핵실험과 북한의 선택
박태준 기자 june@sed.co.kr
북한이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넜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단행, 인류를 향해 선전포고를 했다.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핵 위협을 통해 미국과의 협상을 유도한다는 당초 전략을 포기한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의도와 관심이 주목된다.
북한에 핵실험이 갖는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해볼 수 있다. 하나는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협상 카드'로서의 의미이고 두번째는 내부의 결속을 다지는 촉매제 역할이다.
무엇보다 이번 핵실험은 미국과의 협상 카드로서 핵의 위력을 극대화해나가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이 원해오던 북미 관계 정상화와 경제 원조에 대한 성과가 없자 가장 수위가 높은 핵실험이라는 카드를 뽑아들었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이번 핵실험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줌으로써 내부 결속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미로도 분석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9일 보도를 통해 "핵시험은 100% 우리 지혜와 기술에 의거해 진행된 것"이라며 "강력한 자위적 국방력을 갈망해온 우리 군대와 인민에게 커다란 고무와 기쁨을 안겨준 역사적 사변이다"고 강조했다. 대외적인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실험을 실시함으로써 주민들에게 체제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고 내부적인 결속을 강화해나가는 계기로 삼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 핵실험이 북한의 당초 의도를 실현시키기가 쉬워 보이지 않는다. 미국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핵실험에 굴복해 그동안의 입장을 전환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데다 해상 봉쇄 등 대북 제재를 강화하면서 북한의 항복을 받아내는 쪽으로 정책을 더욱 강력하게 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핵실험 강행으로 정상적인 국가로 국제사회에 복귀하는 문이 영원히 닫히고 만다는 점에서 북한은 잘못된 선택에 깊이 반성해야 한다. 불쌍한 북한 주민들을 볼모로 정권을 연장해본들 그 시기는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핵실험에 대한 잘못을 사과하며 국제사회에 일원이 되는 것이 북한 지도부가 선택할 최선의 방법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입력시간 : 2006/10/09 16: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