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11월 5일] 이제는 라이프쉐어의 시대

'친환경 자동차 엔진 홍보를 위해 공원에 쓰레기통을 설치하자!' 뚱딴지 같은 소리지만 유럽의 모 자동차 회사가 실제로 했던 일이다. 기업의 친환경 이미지를 강화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지만 쓰레기를 버리면 아주 깊은 곳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나는 재미요소를 첨가해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사례에는 단순히 재미있는 아이디어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자동차 엔진 홍보를 기존의 '자동차 쇼룸'이나 도로에서 벌인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일상 공간인 공원에서 펼쳤다는 것이다. 자동차와는 관련이 적지만 공원에서 여가를 보내며 쉬는 소비자들의 일상에 착안한 아이디어라는 점에서 소비자의 시선을 더욱 잡아 끄는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이처럼 특정한 제품이나 브랜드 홍보가 소비자들의 일상 속으로 파고든 사례를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경험할 수 있다. 음료수 캔의 QR코드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음료에 대한 정보나 경험을 얻을 수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따른 것으로 이제는 인터넷ㆍ스마트폰ㆍ태블릿PC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경험을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기업들에도 자사의 브랜드를 전통적인 홍보를 넘어 소비자들의 일상생활에서 제품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마케팅 과제가 됐다. 경쟁자와 시장점유율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대에서 이제는 소비자의 일상을 얼마나 공유하고 지배하는가가 관건인 '일상점유율(life share)'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더 많이 경험한 브랜드일수록 실제 구매시에 선택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는 라이프셰어의 중요성을 입증한다. 기업들이 판매 실적뿐 아니라 소비자가 어떻게 일상을 보내는지도 함께 체크하고 분석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는 소비자의 24시간을 공유하고 그들의 일상을 점유하는 것에 기업들은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