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행(孝行)이 행복했던 정조대왕처럼 기쁜 날 되기를"

28일까지 '2014 정조 효 문화제' 용주사 일원서 열려


“과거의 효(孝)는 부모를 향한 자녀의 일방적인 공경이 중요했다면 오늘날의 효는 부모와 자녀의 소통을 바탕으로 한 상호 간의 존중과 쌍방 간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한국 특유의 효문화를 우리의 정신으로 계승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오늘의 시대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26일 경기도 화성시 용주사에서 막을 올린 ‘2014 정조 효 문화제’를 총괄 지휘한 류명규(사진) 동탄복합문화센터 문화공연사업국장은 가족간의 사랑과 공경이 오늘날 효의 중심 키워드라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15회째인 효문화제는 전국 지자체의 대표적인 축제 중 하나로 정신과 문화 그리고 교육을 체험할 수 있어 지역의 특산품이나 관광이 중심이 되는 축제와 차별화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젊은 세대와 함께 즐기고 배우는 축제를 만들기 위해 30여명의 대학생 서포터즈들을 처음 선발해 문화제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행사 개막 전인 18일에는 소설가 박범신을 초청해 효를 주제로 한 인문학 콘서트를 열어 분위기를 띄우고, 주요 행사 무대인 용주사에서는 축제기간 동안 가족 단위 관람객들에게는 가훈 써주기, 부모은중경 탁본체험, 산사음악회 등을 마련했다. 류 국장은 “현대 사회에 이르러 급격한 도시화와 핵가족화로 효의 가치가 퇴색되고 있지만 효는 우리 삶을 이끄는 근본으로 한국인의 정신적인 이정표 역할을 해주고 있다”며 “이번 축제를 통해 시민들에게 효를 쉽게 느끼게 해주고 싶었을 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행할 수 있는 간단하면서도 실천하기 쉬운 방법들을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2014년 정조 효 문화제’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추존 현경왕후)의 회갑년이자 아버지 사도세자(추존 장조)가 태어난 날인 1795년 윤 2월 9일, 효의 실천이 곧 행복임을 몸소 보이며 백성과 함께 즐기고 기뻐한 정조대왕의 화성 능행과 효심을 주제로 꾸며졌다. 정조가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능행이 효의 실천이요 곧 행복임을 깨닫고 이를 백성들에게 몸소 보여주며 함께 기뻐하자는 의미에서 ‘효행(孝行)으로 효행(孝幸)을 이룬 오늘은 기쁜 날이다’로 슬로건을 정했다.

문화제는 지난해 보다 많은 시민과 함께하기 위해 정조의 능행에서 시행했던 ‘격쟁’을 재현했다. 격쟁은 억울한 일을 당한 백성이 왕이 행차할 때 길을 따라 징, 꽹가리, 북 등을 치며 억울한 사연을 직접 호소하는 것으로 글을 모르는 평민과 천민을 위한 의사소통의 제도로 일성록과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기록을 근거로 재현했다. 류 국장은 “격쟁은 정조의 위민(爲民)과 애민(愛民)의 정신이 깃든 제도로 능행 당시 시행했던 기록이 남아있어 이번 문화제의 백미이자 정조의 효심과 리더십을 만나볼 수 있다. 아울러 화성시가 지향하는 소통과 화합의 가치와 함께하기에 더욱더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간의 단절 등 정서적인 고립이 심화되고 있는 오늘날 효를 주제로 축제를 운영하기는 쉽지 않다”며 “그러나 효는 인간의 근본가치로 화성시가 지향하는 ‘사람 중심의 시정’이라는 목표와도 맥락을 함께하고 있어 지속적인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향후 정조의 능행 전 과정을 재현하고 효를 중심으로 한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등 젊은이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다양한 효관련 콘텐츠를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화제는 오는 28일까지 용주사와 융릉, 건릉 일원에서 열린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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