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업무영역파괴

올들어 사회전반적으로 이(異)업종간 업무영역파괴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증권 및 투신업계에도 업종 칸막이 제거작업이 본격화됐다.증권사들이 투신사들의 전유물이었던 수익증권 판매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시장을 급격히 잠식해 들어갔으며, 기존 투신사들은 증권사와 투신운용사를 분리, 두 분야의 업무를 동시에 파고들며 이에 대응했다. 특히 은행과 농협등이 수익증권을 판매하기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만드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증권, 투신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경쟁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한 업계의 치열한 샅바싸움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증권사 및 후발 투신운용사의 추격에 위협을 느낀 기존 대형 투신사들은 생존차원에서 수익률이 높은 경쟁회사 상품판매를 추진하는 등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침치는 중이다. ◇증권사의 투신업 진출= 증권사들은 지난해 7월부터 수익증권 판매업무를 시작했는데 특히 올들어 판매에 더욱 열을 올렸다. 물론 주식시장 침체에 따라 주식약정수수료 수입감소 등 실적악화를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지만 이제는 증권사를 먹여살리는(?)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잡았다. 현재 대형 증권사들의 수익증권 판매액은 기존 대형 투신사들을 위협할 정도로 급신장했다. 증권사의 수익증권 판매경쟁에 불을 붙인 현대증권이 21조원으로 선두에 나선 것을 비롯해 삼성증권 19조원, 대우증권 16조원, LG증권 15조원, 동원증권 7조원 등을 기록중이다. 이들 5개 대형 증권사들을 합칠경우 80조원에 육박, 한국, 대한, 국민투신 등 대형 3투신사를 거의 따라잡았다. 증권사들은 수익증권 판매에 따른 수수료수입이 급증, 대형사의 경우 내년 3월 결산시 1,000~2,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마디로 수익증권 판매라는 이업종 진출로 성장의 계기를 마련하고 더욱 수익을 확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투신사의 증권업무 파고들기= 증권사들의 투신업 진출에 뒤질세라 투신사들도, 특히 지방 투신사를 중심으로 증권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현대그룹으로 인수된 국민투자신탁이 올초 증권과 투신을 분리, 두 부문에 동시에 진출한 것을 비롯해 동양투자신탁(현재는 삼성투자신탁증권과 삼성생명투자신탁운용으로 나누어짐), 제일투자신탁 등 지방투신사들도 증권과 투신을 분리하고 영역확대에 나섰다. 국민투신의 경우 모회사 국민투자신탁증권은 수익증권판매업과 함께 증권사 업무인 CP중개와 CD, RP판매업을 동시에 하고 있으며 자회사인 국민투자신탁운용은 수익증권 운용을 맡고 있다. 현재까지 운용과 판매를 함께 하고 있는 한국투신과 대한투신도 경쟁력 강화차원에서 두 부문을 분리하는 문제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으며 내년중 현실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양 투신사는 수탁액증가와 수익늘리기 차원에서 그토록 꺼리던 후발 투신운용사 수익증권 판매도 추진하고 있어 이제는 적군(?)의 상품도 경쟁력이 있으면 판매한다는 인식이 확산중이다. ◇후발 투신운용사들의 약진= 판매망인 증권사들의 공격적인 수익증권 판매에 힘입어 가장 큰 혜택을 받은 곳은 후발 투신운용사들. 지난 96년 7월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투신운용사들은 초기에는 기존 투신업계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올들어 증권사들의 수익증권 판매경쟁이 불붙으면서 투신운용사들의 수탁액(약 94조원)은 급속히 증가, 이제는 기존 투신사(약 104조원)와의 격차가 10조원정도로 좁혀진 상태이다. 이들 후발 투신운용사들이 이처럼 단기간에 급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판매처인 증권사들의 적극적인 마케팅도 한몫했지만 그 보다는 누적된 부실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며 고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투신운용, 동원투신운용 등 일부 투신운용사들은 펀드운용내역을 객장에 비치, 매일매일 고객들에게 공개하는 공격적인 전략을 펼쳐 투신업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은행, 농협 등의 수익증권 판매 추진= 증권투자신탁업법의 개정으로 은행도 수익증권 판매가 가능해짐에 따라 주택은행은 물론이고 농협 등도 수익증권 판매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은행과 농협 등의 수익증권 판매는 빠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점포가 증권과 투신을 훨씬 능가하고 있어 투신업계 판도에 큰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주택은행은 자회사인 주은투신운용, 농협은 지분을 출자하고 있는 신한투신운용의 수익증권을 판매한다는 방침아래 작업을 진행중이다. 특히 미국계 씨티은행 서울지점도 기존투신사 1곳과 투신운용사 1곳 등 2군데의 수익증권 판매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임석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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