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얼마나 많은 신용불량자가 구제될 수 있을까. 이헌재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에 대해 `숫자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총선을 의식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시비에서 벗어나고 싶고 두 번째는 효과를 정확하게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는 약 200만명 정도의 신용불량자는 `우리 경제수준에 비추어 무리가 아닌 숫자`로 보고 있다. 때문에 구제대상에서 약172만명 정도가 구제대상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신불자 중에서 연락이 두절되거나 채무상환의지와 능력이 전혀 없는 경우가 이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공교롭게도 `200만명 수준의 신불자`는 이헌재 부총리가 재경부 장관을 지내던 지난 2000년의 수준과 동일하다. 2000년말 신불자는 208만4,000여명. 정부는 개별금융기관의 처방에 따라 신불자 증가세가 꺾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장 3개월만 연체하면 바로 신불자로 자동 등록되는 현행 시스템을 개선해 비용과 인력이 조금 더 투입되더라도 소액연체자에 대한 개별 심사를 해나간다면 신불자 증가를 크게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불자 증가세가 주춤거리는 동안 기존 신불자를 줄여나가면 당장 2000년 수준에는 못 미치더라도 상당한 숫자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계산이다. 약 95만명 정도가 이번 대책에 따라 구제될 것으로 추정된다.
먼저 1개의 금융기관에 대한 채무 때문에 신불자로 낙인 찍힌 137만명에 대해서는 개별금융회사별로 신용회복프로그램이 가동될 계획이다. 일손이 부족한 거래 중소기업에 대한 취업을 알선하거나 은행의 빚을 받아내는 임시직으로 고용하는 등 개별은행이 마련한 프로그램에 따라 신불자에서 벗어나게 하자는 것이다. 137만명중 1,000만원 미만 연체자가 105만명에 이른다는 점에서 금융회사의 의지와 노력에 따라 성과가 좌우될 전망이다. 재경부는 약 20만명 여명이 신용불량자의 처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골치 아픈 235만명에 이르는 다중 신용불량자의 경우는 좀 더 복잡하다. 우선 20만명 정도가 신용회복위원회가 지원하는 개인워크아웃의 혜택을 보게 될 전망이다. 당초 목표는 10만여명이나 최근 각 지방에 신용회복위가 속속 세워지는 등 개인워크아웃의 적용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를 감안해 목표를 배로 늘렸다.
산업은행과 LG투자증권의 주도로 진행중인 다중채무자 공동채권추심프로그램에서도 10만명을 목표로 잡고 있다. 채무를 집중할 대상인 85만명 가운데 2월말까지 채무재조정을 신청한 신불자는 3만6,650명. 성실이행자에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할 경우 10만여명이 이 제도를 통해 신용불량에서 벗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마지막은 배드뱅크 프로그램을 통한 40만명. 여기에 신불자 구분에 벗어나게 될 세금체납자와 이동전화요금 연체자가 15만명이상에 달한다는 점을 종합하면 전체적으로 95만~100만명이 `신불자`딱지를 뗀다는 것이다.
<현상경기자 hs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