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털사로 알려진 여신전문금융업은 문자 그대로 고객으로부터 예금을 받지 않고 여신만을 전문으로 하는 금융기관이라는 뜻이다. 여신전문금융업의 주요 고객은 은행의 문턱을 넘지 못한 고객 또는 설비리스와 자동차리스·할부 같은 은행권과 차별화된 상품을 이용하고자 하는 서민과 중소기업이다. 은행권 서비스의 빈틈에서 다양한 금융수요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당연히 이 빈틈을 메우지 못할 경우 소비자는 제도권 금융시장 밖에서 더 큰 비용을 지불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 이 여신전문금융업이 위기에 처했다. 우량 중소기업의 설비자금 수요는 이미 은행권으로 이탈했고 이제는 은행이 진공청소기처럼 자동차대출 고객까지 빨아들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금융당국은 부실 우려가 높은 기업여신만을 본업으로 하는 여신전문금융업 체계개편 방안까지 발표했다. 자산은 정체되고 수익성은 떨어지고 있는데 은행권 대비 높은 금리로 인해 곱지 않은 시선까지 받고 있다.
하지만 여신전문금융업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고객들은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여신전문금융업이 위축된다면 피해는 여신전문금융회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되는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 여신전문금융업체의 수익성 추구는 낮은 신용도 고객과의 거래로 인해 미래에 발생 가능한 부실을 대비하고 또다시 저신용 고객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여력이 된다. 은행권 대비 높은 수익률이 보장되지 않으면 어떻게 은행에서 거절당한 고객을 상대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면 단순한 논리이며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다.
게다가 여신전문금융업은 여타 금융기관과 달리 수신기능이 없다. 여신전문금융회사의 부실화시 일반 고객의 예금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여신전문금융업이 비교적 위험도가 높은 금융약자를 주요 거래고객으로 상대할 수 있는 이유이다.
현재 여신전문금융업은 은행과 보험사가 자동차 금융시장에 진출하면서 치열한 경쟁 중이며 앞으로 저축은행의 할부금융 허용으로 주요 사업 분야인 자동차 리스·할부의 영업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수익성 저하는 곧 저신용자에 대한 서비스 여력 상실을 뜻한다. 소비자를 위해서라도 기업금융·개인금융 구분 없이 각자 특화된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업무범위 확대가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