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눈물은 단순한 우승의 환희에서 나온 것은 아니었다. 팀 창단 이래 첫 우승이란 의미도 있지만 벼랑의 위기에서 극적으로 생환했던 지난 2년 동안의 역정이 그의 감정을 북받치게 했다.3일 후인 지난 1일 김우중(金宇中) 대우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한 호텔에서 눈물의 결단을 내렸다. 그는 32년간 일궈온 대우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경영실패와 분식결산 등의 책임을 물어 그를 문책해야 한다는 뒷 얘기도 들린다.
김우중회장과 김승연회장. 두 기업인의 눈물은 IMF(국제통화기금)체제라는 긴 질곡의 터널을 빠져 나온 한국기업의 상반된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두 경영자는 똑 같은 위치에 있었다. 규모의 차이는 있었지만 그들은 우리경제의 고도성장기에 기업의 인수를 통해 성장했고 성장 추진력이 약화됐던 지난 97년에는 유동성 부족으로 위기를 맞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차이점은 단 하나. 위기에 대한 대응방법이다. 김승연회장은 수비를, 김우중회장은 오히려 공격경영이란 카드를 선택했을 뿐이다. 김승연회장은 「필사즉생」(必死卽生)을 좌우명으로 삼고 한화에너지·경향신문·한화바스프 등 그의 땀이 배인 알짜 계열사들을 과감히 도려내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김우중회장은 세계경영에 박차를 가했고 쌍용자동차를 인수할 정도로 확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그 작은 차이는 두 기업의 운명을 완전히 바꾸어 놓고 있다. 한 쪽은 구조조정의 모범기업으로 새로운 도약의 출발점에 섰고 다른 한 쪽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으로 해체의 순간을 맞고 있다.
두 경영자의 뒤바뀐 운명은 그들의 개인사를 떠나 40년의 짧은 우리나라 산업사에 분명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성장가도만을 달려온 우리 경제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이런 시대적 변화를 읽지 못하는 경영자는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냉엄한 사실이 그것이다.
또 한 가지는 두 기업인 모두 버릴 수 없는 소중한 우리 산업사의 한 페이지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김승연회장이 보여준 선택의 경영도 그렇지만 김우중회장이 주창했던 세계경영과 강한 도전정신, 그리고 실패사례 마저도 21세기를 열어갈 우리 경제의 중요한 밑거름이라는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새 밀레니엄을 눈앞에 둔 우리에게 김승연회장의 성공보다 김우중회장의 실패가
閔炳昊인터넷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