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남아공도 노려/월스트리트 저널 보도【뉴욕=김인영 특파원】 태국·말레이시아·필리핀·인도네시아 순으로 동남아 외환시장을 쑥대밭으로 만든 국제 헤지펀드의 다음 목표는 어디인가.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헤지펀드의 다음 타깃으로 아시아의 한국·홍콩을 비롯, 이스라엘·러시아·남아프리카 공화국·터키 등이 거론되고 있다.
마하티르 모하메드 말레이시아 총리는 최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회원국을 손상시키려는 조직적 세력이 동남아 각국통화들을 공격하고있으며 그 배후인물로 국제외환시장의 거물인 조지 소로스를 거명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소로스는 28일 마하티르 총리의 주장을 강력히 부인했다. 그는 『최근 2개월간 태국바트화를 거의 매도하지않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소수의 헤지펀드가 외환시장을 일대 혼란으로 빠뜨리기는 어렵다는데는 공감하고있다. 하지만 헤지펀드들이 떼를 지어 몰려들면 얘기는 달라진다.
동남아 통화위기에 앞서 국제 외환투자가들은 체코와 폴란드등 동유럽 지역을 휩쓸고 지나갔다. 체코의 코루나화와 폴란드의 즐로티화는 지난 5월 각각 12%, 7% 평가 절하됐다. 그러나 최근 동유럽을 휩쓴 홍수 복구를 위해 두 나라는 보유 달러화를 대량 매각하는 바람에 자국통화가치가 일시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지는 동남아 통화 평가절하에 개입한 헤지펀드들이 아직도 활동중이며, 한국의 원화와 홍콩 달러가 투기꾼들의 공격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증권회사 JP 모건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 비율은 3.5%로 태국의 3.7%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제 외환딜러들 사이에서 한국 원화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원화 평가 절하가 계속될 것이며, 이에 따라 평가 절하 이전에 원화 매각을 통해 환차익을 얻을수 있다는 계산이다.
홍콩 달러의 경우 평가 절하 요인이 있지만, 홍콩의 외환보유고가 8백20억 달러나 되는데다 중국이 1천2백억 달러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러시아도 통화 위기에 직면하고 있으나 국제 시장에 유통되는 통화 규모가 적다. 지난해 30%의 평가절하를 단행한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최근 이자율을 두배이상 올린 터키 또한 헤지펀드들이 노리는 국가다.
국제 외환투자가들의 공격 목표가 되고 있는 나라의 공통점은 자국 통화 가치를 달러에 연동시키고 있기 때문에 지난해 이후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통화가치가 과대평가돼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