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사진) 현대그룹 회장이 21일 취임 5주년을 맞았다. 현 회장은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100일이 넘었음에도 이렇다 할 진전이 없고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영상황이 좋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별다른 행사 없이 취임 5주년을 보냈다. 지난 2003년 남편인 고(故)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뒤를 이어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한 현 회장은 지난 5년간 경영활동을 통해 “여성적이면서도 뚝심 있는 기업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현 회장의 지난 5년간 경영성적은 상위권에 속한다. 현 회장이 취임하기 전인 2002년 6조495억원이었던 매출액은 지난해 9조5,260억원으로 3조원 넘게 늘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772억원 적자에서 6,772억원 흑자로 전환해 질적 성장도 이뤄냈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적 뒤에는 미망인 출신 CEO라는 태생적 한계를 시험하는 갖은 고난이 있었다. 취임 직후에는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치렀고 2006년에는 시동생인 정몽준 의원과 또 한 차례 경영권 방어전을 치르는 등 현대가(家)로부터 시종일관 견제를 받았다. 현 회장은 이 같은 온갖 고난을 섬세하면서도 원칙을 지키는 뚝심으로 모두 돌파해내 현재의 성과를 이뤄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직원들과 소통을 중시하는 ‘감성경영’이 현 회장의 경영 스타일”이라며 “이 같은 리더십은 그룹이 위기에 빠졌을 때 임직원들의 힘을 하나로 모았고 미래에 대한 자신감도 갖게 한다”고 말했다. 취임 5주년을 맞은 현 회장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금강산 관광 정상화와 그룹의 미래성장동력 확보다. 현 회장은 최근 “대북사업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뜻을 잇는 숭고한 사업”이라며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대북사업은 끝까지 해내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최근 현대아산 사장을 교체하고 대북접촉을 강화하는 등 사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 회장은 또 그룹 성장의 청사진인 ‘비전 2012’를 제시했다. 이는 현대건설 인수 등을 통해 오는 2012년까지 그룹 매출 34조원을 달성하자는 것으로 현재 각 계열사별로 목표달성을 위한 세부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그룹의 한 관계자는 “최근 올해 그룹 매출목표를 당초 11조2,000억원에서 12조3,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고 영업이익도 연초 예상보다 6% 많은 8,300억원으로 잡았다”며 “현 회장을 중심으로 모든 임직원들이 일치단결해 그룹의 새로운 목표달성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