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역사적 인물에 대한 선호도 조사를 하면 어김없이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ㆍ1836~1867)가 최고로 꼽힌다. 그는 에도(江戶) 막부를 무너뜨리고 메이지유신(明治維新)의 길을 닦아 일본 근대화를 이끈 영웅적 인물. 한국에서 세종대왕, 이순신, 주몽과 선덕여왕에 대한 사극이 화제이듯, 일본에서는 내년에 방송될 드라마 '료마전(傳)'의 주인공 결정을 두고 온 나라가 들뜰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일본의 국민작가 시바 료타료의 장편소설 '료마가 간다'가 그를 열혈 청년에서 영웅으로 재조명 하는 데 기여한 바도 크다. 이 책은 자유인이면서 혁명가인 료마의 일대기를 연보 검증과 함께 꼼꼼하게 다루고 있다. 국내에서 소설이 아닌 료마에 관한 책으로는 처음인 셈이다. 료마는 하급 무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려서는 서양문물을 거부하는 편이기도 했으나 "외국의 발달한 지식과 기술을 배워야 나라가 잘 된다"는 각성에 무역의 필요성을 느끼고 해운무역회사를 설립했다. 나중에 해군지원대로 바뀌어 운영된 회사다. 1866년 료마는 대립관계이던 사츠마번(藩)과 조슈번의 동맹을 중재해 힘을 모으게 하고, 이듬해 중앙 막부와 지방 번을 통일시켜 천황에게 국가 통치권을 돌려준 대정봉환(大政奉還)을 이뤄낸다. 이 사건은 일본 봉건시대의 종식과 함께 중앙집권적 근대국가로 도약할 발판이 됐다. 료마의 가장 큰 업적이며 그를 '메이지유신의 설계자'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유신을 눈앞에 둔 1867년 33살의 나이로 암살됐다. 료마는 한계를 뛰어넘는 유연한 발상력의 측면에서 특히 일본 경영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일례로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자신의 롤모델로 료마를 꼽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 책이 차분히 짚어준다. 1만4,9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