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어?”, “아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지” 관객수 1,000만명을 돌파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왕의 남자’에서 장생과 공길, 두 주인공이 장님흉내를 내며 주고 받는 대사다. 서로에 대한 연민과 애정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이 영화의 명대사로 꼽힌다. 이 ‘명대사’ 때문에 ‘왕의 남자’가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극과 윤영선 교수는 21일 “‘왕의 남자’가 본인의 희곡 ‘키스’의 중요대사를 무단으로 도용했다”며 “이는 명백한 저작권 침해행위로 영화 상영을 중지하라”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가처분 신청서를 접수했다. 윤 교수는 신청서에서 “1997년~1999년 공연된 희곡 ‘키스’는 한국평론가협회로부터 ‘97 올해의 연극베스트3’ 으로 선정되는 등 연극애호가들 사이에서 잊혀지지 않고 회자 되는 작품”이라며 “연극 이(爾)의 작가 김태웅 역시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밝혀왔다”고 주장했다. 희곡 ‘키스’는 인간이 언어를 통해 가까워지고 싶어하는 열망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 초반부에 남녀 주인공 둘이 “나 여기 있어, 나도 여기 있어”, “아니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어”등의 대사를 반복적으로 주고 받는다. 이에 대해 영화 제작사인 이글픽쳐스의 정진완 대표는 “윤 교수가 문제삼은 부분은 애초 원작 연극 ‘이’에서 오마주 형식(선배 작품에 대한 존경의 표현으로 작품의 일부를 인용하는 것)으로 양해를 구하고 넣었던 부분”이라며 “이미 연극 ‘이’의 판권을 구매한 상태로 법적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또 “영화에 그 부분이 들어가는 걸 윤 교수도 알고 있었는데 크레딧에 표기하는 방식이 문제가 된 것 같다”며 “협상할 것은 협상하고 법적으로 대응할 것은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