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지대 목표/역내 관세인하 추진/경제난·통화위기 등 극복이 시급한 과제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이 발족 30년을 맞아 미주·유럽에 이어 세계 3대 경제블럭으로 부상하고 있다. 아세안은 23일 말레이시아의 콸라룸푸르에서 외무장관회담을 열고 라오스와 미얀마를 신규 회원국으로 받아들였다. 당초 캄보디아까지 포함해 3개국이 추가로 참여할 예정이었지만 내전사태로 일단 가입이 연기됐다.
이에따라 아세안은 인구 4억8천만명의 거대시장으로 탈바꿈하게 됐으며 미주와 EU(유럽연합)에 이어 명실상부한 3대 경제블럭으로 올라섰다. GDP(국내총생산)규모도 6천억달러로 아시아에서 중국과 일본에 이어 3위를 차지한다.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 발전을 누리고 있는 아세안은 더욱 확대된 단일경제권 형성에 힘입어 역내 발전은 물론 세계무대에서 정치·경제적 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이를 반영, 요즘 동남아 현지에서는 통화혼란으로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긴 했지만 아세안 30주년을 맞아 각종 기념행사 준비가 한창 진행중이다. 내달에는 아세안 찬가가 만들어지고 아세안상도 제정된다. 파랑·빨강 등 아세안국가의 국기색깔을 모두 집어넣은 깃발과 로고도 새로 선보였다.
모두가 아세안이 21세기 아시아·태평양경제의 중추로서 도약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아세안 9개국은 풍부한 자원과 노동력을 갖고 있어 가장 성장잠재력이 높은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세안은 앞으로 캄보디아까지 끌어들여 「동남아공동체(Southeast Asian Community)」를 구성하려는 야심찬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오는 2003년까지 아세안자유무역지대(AFTA) 창설을 목표로 역내 공산품관세를 0∼5%로 인하할 계획이다.
아세안은 또 역내 최대 경제협력포럼인 APEC(아태경제협력체)에 가입해 있으며 냉전체제 종식후 정치안보문제 협의를 위한 ARF(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맡고 있다. 평화·자유·중립지대의 구상아래 역사적인 동남아비핵지대화조약(SEANWFZ)을 체결하고 비핵지대를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세안이 최근 캄보디아사태와 함께 최악의 금융위기에 직면해 있는 현실은 이들의 진로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주고 있다.
특히 인권탄압으로 가입여부가 불투명했던 미얀마문제가 최근의 통화위기를 촉발했다는 시각도 있어 아세안내의 화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또 90년대들어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던 아세안국가들이 지난해부터 수출 부진과 부동산경기 침체 등으로 탄력성을 급속히 잃어가고 있는 점도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이다.<정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