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부실자산을 정리하기 위해 배드뱅크 설립을 추진한다. 자산 규모 1조원이 넘는 대형 저축은행 10여곳이 출자해 1,000억원가량을 조성할 계획이다. 다만 법인세 부담이 크다는 지적과 구체적인 운용방안 등을 두고 이견이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7일 금융감독당국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최근 자산 1조원 이상의 대형 저축은행장들은 회의를 열고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부실자산을 정리하기 위한 배드뱅크를 설립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한 저축은행장은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캠코에 매각했지만 중소기업 대출이나 가계자금 대출 중 부실이 발생한 자산을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대형 저축은행들을 중심으로 배드뱅크를 만드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 저축은행 20여곳 중 10여곳이 출자해 1,000억원 정도 규모로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부실이 발생되는 부분을 매각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전날 "저축은행 문제는 자체적으로 해결하라"는 방향을 제시한 후 배드뱅크 설립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법인세 부담이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다른 저축은행장은 "배드뱅크에 1,000억원을 출자하면 200억원 이상이 세금으로 나가게 된다"며 "배드뱅크 규모를 키우고 저축은행들이 스스로 부실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출연금을 비용으로 인정해주고 법인세 면제 등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저축은행의 자율적 구조조정을 위한 구조개선적립금에 대해 법인세를 면제해준 것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배드뱅크 운용방안을 두고 저축은행 간 이견도 조율해야 한다. 저축은행중앙회의 한 고위관계자는 "저축은행별로 필요한 부분이 달라 서로 간에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부실 저축은행 인수 등을 위한 구조개선적립금의 관리위원회는 이르면 8월쯤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들은 연간 수익 중 500억원을 2년간 적립해 1,000억원 규모의 적립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 기금이 예금보험기금을 보완하는 공적기금의 기능이 있다는 점을 인정, 법인세를 면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