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IT이슈] '메뚜기족' 줄어 이통시장 안정세

의무약정제 도입후 3개월
일정기간 의무사용으로 고객 이동성 대폭 축소
高價폰 보조 늘어 판매 증가… 매장수익 호전
'공짜폰' 다시 등장등 업체간 출혈경쟁은 여전



이동통신사가 지난 4월부터 의무약정제를 도입한 후 국내 이통시장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3개월 혹은 6개월만 사용하고 휴대폰을 교체하는 ‘메뚜기족’ 소비자들은 점차 줄어들 기미를 보이고 있으며, 혼탁했던 시장도 다소 안정되는 추세다. 단말기 지원의 폭과 대상도 한층 커졌다. 하지만 경쟁사의 가입자를 뺏기 위한 업체간 출혈경쟁은 여전해 사업자들이 소비자를 못 따라간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가입자 이동성 대폭 축소= 이동통신 3사는 보조금 규제가 일몰된 직후 일정 기간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휴대폰 구입 비용을 지원하는 의무약정제도 또는 할부지원프로그램을 서둘러 도입했다. 이에 따라 현재 ▦SK텔레콤에서는 T기본약정, T할부지원, T더블할인 ▦KTF서는 쇼킹스폰서 골드, 고급, 알뜰, 기본 ▦LG텔레콤은 빅세이브 할부, 의무약정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의무약정제는 시장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이전처럼 이통사를 금새 바꾸며 단말기를 구입하는 ‘메뚜기족’이 설 자리를 잃은 반면, 서비스사업자의 안정성은 크게 높아졌다. 약정을 하면 1년 또는 2년간은 위약금을 물지 않는 한 사업자를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통사에게는 가입자를 묶어둘 수 있는 효과를 가져오는 반면, 고객의 이동성은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약정을 하지 않는 가입자에 대한 보조금이 크게 줄어든 것도 지난 4월 이후 새로 등장한 현상이다. 그럼에도 현재 이통시장은 의무약정제가 대세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의무 약정제를 통한 가입자가 전체 가입자 중 87%였지만 5월에는 97%로 늘어났고, KTF도 70%에서 81%로 확대됐다. 지난 5월부터 의무약정제를 시작한 LGT는 94%가 이를 통해 가입했다. 하지만 기간, 요금제, 사용요금 등에 따라 할인 받을 수 있는 폭이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가입 시 여러 조건을 일일이 따져봐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 ◇고가폰 판매 증가와 함께 소매시장도 고개 들어=이러한 의무약정제가 가져오는 가장 큰 변화로는 고가폰, 기기변경 고객 등 기존에 홀대를 받아왔던 쪽에 대한 지원이 커진 것을 들 수 있다. 고가폰의 경우 예전에는 보급형 저가 단말기 중심으로 보조금이 집중돼 출고가에서 크게 할인 받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저가폰과 비슷한 규모로 혜택 받는 게 가능하다. 이통 3사의 지난 4~5월 최고가 휴대폰 판매량을 확인해보면 SKT(햅틱폰) 8만 5,000대, KTF(햅틱폰) 5만대, LGT(터치웹폰) 5만 4,000대 등으로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매시장도 점차 고개를 드는 추세다. 이에 따라 이통3사의 휴대폰을 모두 취급하는 판매점들은 줄어들고 소규모 매장이 많아지게 됐다. 현재 이통 3사는 각각 SKT 2,445개(06년 2,274개), KTF 2,058개(// 1,446개), LGT 1,450개(// 1,400개)의 매장을 확보하고 있으며, 고객 편의를 높이기 위해 점차 매장 수를 늘려나가고 있다.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의 사장은 “의무 약정제가 도입되면서 가입자 해지율이 낮아지고 고가폰 판매도 늘어나 매장 수익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번호이동건수가 사상 최대에 근접하는 등 이통사간 과당경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단말기 보조금 지급액이 50만원 이상 올라가고 잠시 사라졌던 공짜폰도 다시 대거 등장하는 등 과거로 회귀하는 듯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사업자들이 소비자를 못 따라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의무약정제에 '휴대폰보험'도 활성화
● 美·日·유럽 해외에선

유럽, 미국, 일본 등 해외 시장에서는 휴대폰을 구입할 때 1년, 2년 등 일정기간 사용하면서 특정 요금제까지 함께 가입하는 의무약정제도가 이미 일반화됐다. 최근 공개된 3세대(3G) 아이폰의 경우 미국 AT&T사에서는 2년 약정을 하면 199달러에 구입할 수 있으며, 독일 T모바일의 경우에는 의무사용기간에 따라 1~169.95유로로 구입이 가능하다. 일본에서는 소프트뱅크모바일이 지난해 기존 보조금 대비 1만~2만엔 가량 지원규모를 높인 '수퍼 보너스'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모으자 경쟁사인 NTT도코모와 KDDI가 유사한 대응 프로그램을 출시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약정제를 통해 단말기 할인 외에도 단말할부+기본료 할인(NTT도코모)과 기본료 할인(KDDI)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의무 약정제가 보편화되면서 사용기간 중 휴대폰을 도난ㆍ분실하더라도 동급 단말기로 무상으로 바꾸거나 저렴하게 새 모델을 구입할 수 있는 '휴대폰 보험'이 활성화됐다. 프랑스 이동통신 매장의 한 관계자는 "사용자들이 기간과 요금제 등 자신에게 맞는 조건을 꼼꼼히 따져보면서 휴대폰을 구입해야 불필요한 소비를 없앨 수 있다"며 "만약을 대비해 휴대폰 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당연하게 여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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