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비세트값 품질따라 20배 차이

신세계, 10마리 200만원 세트 출시… 저가 굴비는 오히려 내려
어획량 줄어 30㎝·350g이상 최상품 0.08% 불과

설 명절을 앞두고 경기도 분당 일광수산 굴비 작업장에서 직원들이 굴비를 엮고 있다. 굴비선물세트 가격은 10만원에서 200만원까지 다양하다.

‘명품과 저가제품의 가격차이가 가장 큰 설 선물세트는?’ 의외로 굴비다. 백화점 굴비세트는 최저 10만원에서 최고 200만원까지 무려 20배나 차이가 난다. 마리(미ㆍ尾)당 따질 경우 40배까지 격차가 벌어지기도 한다. 이처럼 굴비 가격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뭘까. 굴비 하나만으로 신세계백화점과 38년 동안 거래해온 일광수산 정한수 대표는 ‘제품의 희소성’과 ‘공정방법’에 따라 굴비의 가격은 100배 이상 차이가 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올해 가장 비싼 굴비 세트는 신세계백화점이 내놓은 프리미엄 굴비세트. 10미의 가격이 무려 200만원이다. 한 마리에 20만원인 셈이다. 그 다음으로는 신세계백화점의 알배기특호가 10미 100만원, 롯데백화점의 팔각상감함 굴비세트가 10미 63만원, 신세계백화점의 명품재래굴비가 10미 6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에 반해 신세계백화점의 참굴비 특선은 20미에 10만원에 불과하다. 200만원짜리 굴비세트는 참조기중에서도 귀한 프리미엄급으로 구성됐다. 올해 설 선물세트로 일광수산에서 신세계백화점에 납품하는 굴비 2만5,000세트 중 20세트 정도가 프리미엄급이다. 0.08%에 불과한 제품이다. 정 대표는 “참조기의 어획기인 3~4월은 물론 1년 동안 경매로 사들이는 참조기 중 프리미엄급인 조기를 선별해 보관했다가 명절 선물세트로 내놓는다”며 “1년에 설, 추석 합쳐서 500미 정도 나오고 그 중 400미가 제품화된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굴비의 선정 기준은 엄격하다. 머리에서 꼬리까지 길이가 30cm이상이어야 하고 중량도 350g을 넘어야 한다. 잡는 방법도 다르다. 참조기를 잡는 방법 중 물살이 거세고 바위가 많은 곳에 그물코가 큰 ‘자망’으로만 잡는다. 정 대표는 “참조기철인 오사리(한신~곡우사이)에도 자망 조기는 전국적으로 100상자밖에 들어오지 않고 그 중에서도 프리미엄 제품은 한상자도 채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굴비는 공정방법도 다르다. 통상 참조기에 천일염으로 간을 하는 섭간을 한 후 냉풍으로 말려 제품으로 만들어내지만 좋은 굴비는 참조기 아가미에도 소금을 뿌리는 기간작업과 하루정도 냉풍으로 물기만 없을 정도로 해서 제품으로 만들어낸다. 예전에는 해풍으로 말리기도 했지만 소비자들이 좋아하지 않고 쫄깃한 맛도 떨어져 건조 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물론 전통적인 방법을 고집하는 제품도 한정 판매되기도 한다.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통보리 굴비의 경우 자연해풍에 3개월 정도를 말린 뒤 통보리에 넣어 보관했다가 명절 선물세트로 내놓는다. 굴비세트의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예전보다 비싸진 이유는 참조기 어장의 변화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 연평도로 대표되는 참조기 어장이 점차 추자도, 제주 등으로 내려가고 중국산 저인망 어선들이 싹쓸이를 하면서 참조기의 어획량은 물론 크기 등도 예전보다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우 신세계 신선식품팀 바이어는 “과거보다 참조기의 크기나 중량이 좋지 않아 좋은 굴비는 가격이 비싸질 수 밖에 없다”며 “프리미엄급 굴비가격이 비싸졌지만 저가 굴비의 경우 예전보다 값이 내려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1미에 20만원짜리 굴비는 어떻게 요리해야 제 맛을 낼까. 일반적으로 후라이팬이나 오븐에 구워먹어서는 굴비 특유의 맛을 알 수 없고 숯불에 직화를 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