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사설] 동아시아 경제가 시들고 있다

세계은행은 동아시아 이머징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7.2%에서 올해와 내년에 6.2%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고유가가 무역수지를 0.7% 감소시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러한 분석은 타당하다. 최근 동아시아 경제는 또 글로벌 가전제품 소비의 침체와 중국에 대한 수출감소 등의 영향을 받고 있다. 물론 낙관적인 부분도 있다. 몇몇 국가의 에너지 보조금 폐지는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 체력을 향상시킬 것이다. 가전제품의 사이클도 상승세로 돌아설 조짐을 보이고 있고 대중 수입감소도 반전 기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내년에도 8.7%의 견실한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좋은 뉴스는 경기 회복세를 타고 있는 일본이다. 경제성장이 지속될 경우 동아시아 국가들의 일본에 대한 수출도 크게 늘 것이다. 일본은 여전히 이 지역 경제의 주요 엔진이다. 그러나 동아시아 경제를 둘러싼 먹구름도 있다. 세계은행은 지속되는 투자로 인한 중국경제의 과열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 역시 리스크가 여전한 상황이다. 일본 정부가 섣부른 긴축정책으로 전환할 경우 일본 경제는 완전한 회복세를 타기도 전에 성장동력을 잃을 수 있다. 그러나 동아시아 경제를 둘러싼 가장 큰 문제는 글로벌 경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보호무역주의 조짐이 커지고 있다. 또 글로벌 경제의 불균형이 더 이상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확대되고 있다. 이는 달러 가치 급락과 미국 금리의 가파른 상승으로 이어지며 결국 미국 경제를 침체로 빠뜨릴 것이다. 인명피해뿐 아니라 심각한 경제타격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조류 인플루엔자(AI)도 위협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AI 전염이 단기에 그칠 경우조차 아시아 국내총생산(GDP)이 2.6%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오래 지속될 경우 이것의 두 배 이상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이 불거지고 이는 결국 글로벌 경기침체로 이어질 것으로 경고했다. 이 모든 문제들이 동아시아 경제 상황을 위협하는 것들이다. 이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이 지역 국가들이 현재의 성장세를 유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