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종이로 가려진 세제개편안

경제부 현상경 기자 hsk@sed.co.kr

[기자의 눈] 종이로 가려진 세제개편안 경제부 현상경 기자 hsk@sed.co.kr 경제부 현상경 기자 지난달 31일 저녁 재정경제부 기자실. 내년 세제개편안에 대한 설명회가 열렸다. 이날 일부 기자들에게 배포된 세제개편안 자료에는 똑같은 페이지가 두쪽 붙어 있었다. 해당 페이지에는 세금이 부과되는 '기타소득'의 범위를 늘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한 페이지는 구체적인 과세항목으로 '파생금융상품 양도차익' '외화 환산차익' '동산의 양도차익'을 명기한 반면 다른 페이지는 종이딱지를 덧붙여 과세항목이 가려진 차이였다.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그동안 비과세였던 파생금융상품에도 세금이 붙어 투자 메리트가 크게 떨어지게 된다. 당연히 투자자와 시장의 반발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과세항목이 포함됐는지 아닌지를 확인했더니 "과세근거만 마련했을 뿐 구체적인 항목은 추후 조정할 것"이라며 "당장 내년부터 과세되는 것은 아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결국 개편안을 마련하면서 일단 과세항목도 포함시켰는데 당장 시장에서 반발 기미가 보이자 급히 종이를 덧대고 없애는 촌극이 벌어진 셈이다. 실수였다고 생각해줄 수 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도 중요한 사안이다. 비슷한 상황은 의료비를 신용카드 소득공제에서 제외한다는 부분에서도 일어났다. 현재 신용카드로 병원비를 지불할 경우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의료비 공제'를 함께 받을 수 있지만 정부는 중복공제를 방지하기 위해 신용카드 공제 부분을 없앴다. 하지만 의료비 특별공제는 사용금액이 연봉의 3% 이상이 돼야 공제대상에 포함된다. 결국 1년에 120만원(연봉 4,000만원 기준) 이상 병원비를 쓰지 않는 사람은 어떤 소득공제도 받지 못한다. 해결방법이 없는지 물었더니 "기술적으로 힘들다"와 "국세청을 통해 현금영수증으로 지불내역을 확인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대답들이 엇갈려 돌아왔다. 당국자들은 이런 문제가 발생할지 여부조차 검토하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매년 세제개편안이 나올 때마다 국민들은 "내 세금이 얼마나 줄어들까"하며 큰 관심을 보인다. 그런데도 재경부는 시행방법조차 불명확한 방안을 쏟아내고 있다. '땜질식 졸속 행정'의 현장을 보는 것 같다. 국민들의 의구심과 궁금증은 더해만 간다. 입력시간 : 2004-09-0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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