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향군인회 '된서리' 수의계약 못한다

노대통령, 투명한 사업관리 지시로 변신 '진통'

그동안 정부의 대북 및 안보정책에 다소 비판적 목소리를 내온 재향군인회(향군)가 변신을 시도하면서 진통을 겪고 있다. 11일 향군과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향군은 최근 보수단체라는 기존 이미지를 바꾸고 수의계약 위주인 수익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향군은 정기적으로 회비를 내는 회원만 전국적으로 100만명에 이르며 이들 대부분이 참전용사와 제대군인이라는 단체의 성격 때문에 대북정책 등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는 지적을 받았다. 향군의 변신 시도는 지난 3월 28일 국가보훈처로부터 2005년도 업무보고를 받던 노무현 대통령이 향군 사업이 투명성 있게 진행돼야 한다고 강도 높게 주문하면서부터다. 노 대통령은 "향군 사업은 민관합동 영역의 사업인데 부정과 이권 개입 여지가 있어 투명하게 관리될 필요가 있다. 편법으로 운영되면 정부가 직접 관리해 보조금을 주고 이권이 개입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노 대통령은 향군 사업방식이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는 방안을 보훈처가 마련해 보고토록 지시했다고 보훈처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따라 보훈처와 향군은 전체 수익금의 40~50%를 수의계약에 의해 벌어 들이는 수익구조를 개선하는데 일차적인 목표를 두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175억원의 순이익금 가운데 50% 가량을 정부 부처 또는 정부 산하단체에서 밀어주는 형식의 수의계약으로 벌어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보훈처 관계자는 "향군 사업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먼저 수의계약 비율을 줄여야 하는데 수의계약 비율을 얼마만큼 줄여야 하는지 고민스럽다"며 "향군측에 이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향군 관계자는 "수의계약 방식의 사업을 못하도록 갑자기 요구하면 향군 산하 단체들의 존립에 문제가 생긴다. 점진적으로 이를 개선하는 방안을 찾고 있으나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만약 수의계약 방식이 없어진다면 정부가 예산을 지원해야 참전 유공자지원 사업 등을 계속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참전용사 1천여명의 생계비로 연 20억원, 호국용사 묘지 조성금으로 80억원 등 수의계약으로 벌어들인 수익금(향군은이를 '보훈성금'으로 지칭)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향군이 보수적인 안보단체로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일부 정부 부처에서 수의계약을 회피하고 있는 것도 향군의 변신을 부추기고 있다는 관측이다. 보훈처 관계자는 "향군은 최근 정부 제2청사 청소용역계약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발주처에서 향군의 이미지를 문제삼아 공개경쟁으로 계약 방식을 전환하는추세다"고 전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이상훈(예비역 대장.전 국방장관) 향군 회장은 최근 '반핵반김 국민협의회'의 공동의장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그러나 향군측은 반핵반김 국민협의회가 안보문제 외에 정치적 문제에도 행동에 나서는 상황에서 정치활동을 금지한 향군법을 준수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퇴한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