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과 12월에 이어 이달에도 콜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물가안정을 위한 선제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압력은 상당부분 해소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최근 경기회복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데다 부동산시장도 심상치않은 모습을 보이면서 향후 추가 인상의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 있다는 점이다.
박승 한은 총재가 9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내놓은 발언들은금리인상 시점을 추측하기에는 시그널이 뚜렷하지 않아 이에 대한 해석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현재로서는 최근 몇달사이 세차례나 올린데다 지방선거, 환율.유가 불안 등을감안하면 최소한 6월 이후에나 추가 인상이 가능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 유가, 환율 등 요인..연속 인상은 부담 박 총재는 이날 "이번 인상으로 금리가 중립적 수준에 근접했다"면서 "향후 금리정책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유지하는데 문제가 없는 확장적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혀 당장의 추가 인상은 없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박 총재가 국내 경기가 정상적인 궤도에 진입했다며 올해 5% 성장을 자신했지만최근 정부에서조차 국제유가 상승과 환율 급락 등을 들어 금리인상에 대한 반대의사를 밝혔다는 점은 앞으로도 한은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울러 한은이 콜금리를 운용목표로 하는 통화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한 지난 99년 이후 지금까지 3개월 연속 인하한 적(2001년 7~9월)은 있지만 단한번도 연속 인상을 한 적은 없다는 점도 3월 동결 전망을 뒷받침한다.
또 콜금리 조정의 효과가 나타나는 6개월후의 경기상황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는 우려도 다음달 금통위에서 신중론 주장의 목소리를 키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전효찬 연구원은 "이달에는 콜금리 인상과 동결 요인이 거의대등했다"면서 "결국 이달 인상됐다는 점은 다음달에는 동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내포한다"고 말했다.
◇ 지방선거.금통위원 임기 등도 변수 이와 함께 오는 5월말로 예정된 지방선거는 한은으로서는 추가 금리인상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최근 한은의 독립성이 상당부분 보장받고 있지만 선거를 앞두고 금리를 올린다면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시달리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4월과 5월에는 금리인상이 어렵다는 관측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사실상 콜금리 추가 인상은 최소한 6월 이후가 돼야 한다는 것이 한은 안팎의 분석이다.
또 3월말로 박승 총재의 금리가 끝나고 4월초 김종창, 김태동 금통위원의 임기가 마무리된다는 점도 당분간 금리인상은 어렵다는 전망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콜금리 인상이라는 중차대한 결정을 신임 총재와 금통위원들이 자리에 앉자마자결정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박 총재가 임기를 한달여 앞두고 이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이달 금리를 올렸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최근 국제유가 흐름을 볼때 향후 경기가 급격히 달아올라 물가를 걱정하면서 금리를 급박하게 올려야 할 지경까지는 가지는 않는다는 전문가들의 진단도금통위의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보인다.
◇ 인상 필요성과 여지는 '여전히' 그러나 아직 콜금리를 추가로 인상해야 할 필요성은 있고 여유도 충분히 남아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박 총재가 이날 "향후 금리정책은 중기적인 관점에서 단기적인 관점으로 이동할것"이라며 향후 물가나 경기흐름 등 단기적인 경기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도 이 같은 차원이다.
지금까지의 저금리 기조로 인한 자산거품 현상이 최근 세차례의 금리인상으로어느정도 해소됐으나 앞으로도 상황에 따라 언제든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올해 경기가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하반기 물가불안 가능성이 있는데다 특히 최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시장의 움직임은 추가 상승의명분을 제공하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 잠재적 성장률과 시장금리를 감안하면 5%까지는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제기하고 있어 한은이 당분간 숨고르기를 한뒤 올하반기에 다시 발동을 걸 가능성이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밖에도 향후 경기 과열조짐이 나타나거나 부동산시장의 불안이 심화될 경우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서 한은이 움직일 수도 있다는 다소 때이른 관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