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회계사 등 전문위원 위촉해야/“모른다” 답변회피 봉쇄장치 마련도진실규명이 불가능한 현행 청문회제도는 개선되어야 한다. 우선 특별검사제도가 도입되어야 하고 증인에게 면책특권을 주어 위증에 따른 폐해를 막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미국처럼 의원들이 실질적인 조사능력을 갖추도록 변호사나 회계사 등 전문가를 동원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한다. 이와함께 검찰의 수사기록도 청문회에 제공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와 같이 청문회가 증인들의 거짓말 대회처럼 전락되지 않게하기위해서는 외국의 사례를 검토하고 우리의 실정을 감안해 청문회의 기능과 권한이 대폭 강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7일부터 3일동안 진행된 한보청문회는 진행방식 자체가 진실규명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처럼 국회의원들은 물론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가를 위원으로 위촉해 증인신문을 벌여 「잘 기억나지 않는다」 「모른다」는 식의 증인 답변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일단 청문회가 시작되면 만족할만한 해명이 되기 전에는 증인의 답변이 중단되지 않는 제도 마련이 필수적이다.
또 특위위원들의 당리당략적 신문과 답변회피를 논리적으로 차단하는 기술부족, 유사·중복질문 등도 도마위에 올랐다. 청문회에서 정파적 이해관계나 관점에서 벗어나 대의에 충실해야 하고 앞에서 이미 제기된 똑같은 내용을 다람쥐 쳇바퀴 돌듯 신문해서는 안되며 증인의 거짓말을 봉쇄하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점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중 증언거부 규정이다.
이 법에 따르면 「형사소추, 또는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발로될 염려가 있는 경우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게 증인의 답변회피를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문회 첫날인 지난 7일 정태수한보그룹총회장의 『재판에 계류중인 사건이어서 말할 수 없다』는 답변이 증언거부의 요체. 이로 인해 신문자들의 애를 태우는 동시에 증인과 신문자가 주객전도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으며 증인의 오만방자한 태도를 제지할 길이 없었다는 것이다.
위증죄도 정총회장이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입증해야만 적용이 가능하다. 이후 검찰수사에서 위증을 입증하는 결정적 사실이 발견되면 문제가 달라진다.
또 『정총회장이 오히려 호통을 치는 등 특위위원을 모욕했다』고 주장하며 제기한 국회 모욕죄도 그 적용이 엄격하게 제한돼 있어 명백한 범의가 인정되지 않는 한 법적용이 어렵다.
이와관련, 신한국당 홍준표 의원은 이날 『정총회장의 7일 답변태도가 도덕적으로 절대로 용납되지 않지만 이같은 애매모호한 거부규정으로 형사처벌 적용은 어려운만큼 개선돼야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명실상부한 청문회가 되기 위해서는 전문가를 고용, 치밀한 준비로 집요한 추궁과 어물쩍한 답변과 위증에 대비해 치밀한 위증견제장치 마련, 빈틈없는 진행 등으로 청문회의 핵심인 진실을 들춰내야 한다는게 관계자들의 바람이다.<양정록>
◎외국 사례/미,처벌경감 조건 진실 밝히도록 유도/“모르겠다” 발언땐 소환장발부 등 압박
사전 형량조절과 의회 모독죄의 제도적 장치도입으로 의회 청문회의 최고를 자랑하는 미국은 지난 73년 워터게이트사건 등 굵직굵직한 사건을 놓고 청문회에서 국민의 아주 작은 의혹까지 말끔하게 규명해왔다. 미국의 청문회가 이같은 성과를 올리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특전」으로 불리는 사전 양형조절 개념의 제한적 면책특권 부여가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
이 제도는 형사사건에 있어 검찰과 피의자측간에 유죄시인을 전제로 처벌정도를 가볍게 해주는 것으로 증언자는 이를통해 의회 및 검찰당국과 사전협의, 처벌을 경감받는 조건으로 진실을 밝히도록 유도된다. 지난 73년 워터게이트사건과 지난 87년 레이건 대통령측의 비리를 밝혀낸 이란 콘트라사건을 해결한 것도 이 제도였다.
여기에 「모르겠다」거나 「기억이 안난다」는 식의 어정쩡한 답변은 강제소환장 발부나 의회모독죄를 통해 증언자를 압박한다. 최근 헤럴드 이키스 전 백악관비서실차장이 민주당 선거자금모금에 클린턴 대통령이 직접 관여했다는 내부자료를 하원에 제출케한 것도 바로 「소환장발부」라는 무기활용의 결과.
반면 청문회제도를 도입했으나 최근엔 거의 활용하지않는 영국은 정치비리가 발생하면 특위를 가동, 신중하고 전문적인 조사를 실시한다. 지난 94년 이후 영국정계를 뒤흔든 「대정부 질문」비리사건이 대표적 예.
한편 「의원에 있어서 증인의 선서 및 증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청문회제도를 닮은 증인환문제도(중·참의원 예산위가 주도)를 채택하고있는 일본은 수사권한이 없다는 점 때문에 면죄부용이라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주도면밀한 사전준비를 거쳐 치밀한 신문을 펴는 의원들은 평가를 받는다. 다만 거짓증언에 대한 처벌규정은 있으나 「기억나지 않는다」는 식의 어정쩡한 답변에 대해 대안이 없는 것은 우리 현실과 비슷한 처지다.<양정록>
◎여야 반응/여,한보 마친뒤 문제점 제도개선해야/야,위증·증언기피 제재,특검제 요구
○…신한국당은 10일 당직자회의에서 박관용 사무총장이 한보 청문회에 대한 국민의 비난 소리를 의식한 듯 『이번 청문회를 마친 뒤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제도개선 등을 한번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발언해 눈길.
그러나 신한국당은 이같은 제도개선론이 자칫하면 한보사태에 대해 특별검사제를 주장하는 야권의 주장에 밀리는 계기가 될까 우려하는 목소리.
신한국당의 한 당직자는 이날 『이런 청문회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면서 『차라리 청문회를 중단하고 경제살리기에 주력하는 것이 더 나은 것 아니냐』고 조심스럽게 언급.
이 당직자는 그러나 『청문회 자체를 중단하면 또 다시 국민들에게 비난받을 것이 분명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이라며 여권의 곤혹스러운 입장을 대변.
○…국민회의는 이날 청문회에 출석한 증인이 검찰이나 법원에서 자백한 내용에 대해 증언거부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청문회 제도개선시안을 마련.
시안은 국정조사 증언에 대한 형사책임면책제도를 도입하고, 현재 위원회 과반수 의결로 증인을 고발하도록 한 규정을 국정조사위원이면 누구나 고발할 수 있게 하거나 재적위원 3분의 1이상의 연서로 고발할 수 있도록 고발조건을 완화키로 했다.
또 수사기록에 대해서는 검증 또는 등본을 요구할 수 있도록 명문화하고 국정조사의 경우 예비조사기간을 두어 사무보조자 또는 외부전문가를 채용, 예비조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회의는 이와함께 국정조사사안에 대해 특명검사를 임명,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검사제 도입도 추진한다는 방침.
자민련 안택수 대변인도 『국회 청문회의 기능과 활동범위에 있어 미국처럼 사법권을 갖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고 국민회의 박총무주장에 동조, 야권공조를 과시.<양정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