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사 지위 적극 활용 북한에 식량 판매/한국엔 안보이용 통신개방 확대 등 챙겨【뉴욕=김인영 특파원】 일련의 한반도 사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미국은 한국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반면, 북한을 끌어들이면서 한반도 긴장완화의 해결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경향을 보여 주목된다. 미국의 언론들은 황장엽 북한 노동당 비서의 망명을 해결하는 방식에서 한·미간 견해차가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북한도 남북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미국과의 직접협상을 염두에 두는듯한 제스추어를 보여 남북한 문제에서 우리 정부의 이니셔티브가 약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한이 황비서의 망명을 받아들일 것을 시사한 지난 17일, 니컬러스 번스 미국무부대변인은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을 수행, 파리를 방문하던 중에 대북한 식량지원 재개를 발표했다. 번스 대변인은 『황비서 망명으로 인한 남·북한간 문제와는 별도로 인도적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날 미국과 북한의 두 발표는 황의 망명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던져준 것은 사실이다. 이와관련, 노스웨스트대학의 브루스 커밍스 교수는 워싱턴 포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양보는 식량난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더이상 긴장을 고조시켜서는 안된다는 인식에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북 경수로 지원문제에서도 한국 정부는 황비서 망명이 일단락된후 재개하자는 입장이었으나 미국측은 예정대로 진행하자고 주장, 양국이 물밑에서 상당한 논란끝에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커밍스 교수는 『한국정부가 북한 핵발전소 지원을 지연시키지 않을 것임을 확인하기 위해 무언가 압력을 넣었음이 틀림없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지는 『최근 미국은 북한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노력했으며 한국정부는 미국정부의 이같은 대북한 유화책을 경계했다』면서 『미국은 때때로 북한보다 한국정부와 악화된 관계를 유지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최근의 대북한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서 미국과 한국의 입장차이를 보이는 것은 양국간 내정의 차이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클린턴 행정부는 집권초부터 북한 핵무기 동결, 북한의 남한에 대한 공격 저지를 위해 대북한 유화정책을 편데 비해 한국정부는 북한에 대한 불신, 집권당이 연루된 한보사태에 대한 돌파구로 대북 강경책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 통신협상에서 한국정부는 미국의 개방압력에 못이겨 장거리 전화회사의 지분을 49%까지 열어주었다. 일본이 기존의 20%를 고수한 것에 비하면 미행정부는 안보상황이 취약한 한국에 보다 강하게 밀어붙인 것이다. 미국은 한반도 사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카길사를 통해 북한에 쌀을 판매하는 것을 협상하고 있고 경수로 건설비의 대부분을 한국에 전가하면서 핵심장비를 판매, 장삿속도 챙기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