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봉수의 설명에 따르면 3번기의 제1국은 중반 초입, 60수 언저리에서 이미 승부가 판가름난 바둑이었다고 한다. 등뼈가 부러진 상태로 구리가 고통스러운 버티기로 일관하다가 결국 큰댓자로 뻗어 버린 승부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철한의 완승이요 구리의 완패일 것이다. 대마를 잡히고 패한 구리가 내상을 단단히 입었을 법도 한데 이틀 후에 다시 대국장에 나온 구리의 표정은 태연하고 늠름했다. 한 판은 손님 대접이고 나머지 두 판을 이기면 되지 않겠느냐는 유들유들함까지 보였다. 제2국의 해설자는 강훈9단. 지난 날 도전5강의 맹장으로 지목된 바 있던 강훈은 박카스배를 차지하여(1986년) 타이틀홀더의 반열에 우뚝 선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그로서는 유일한 우승 경력이다. 그러나 도전5강의 다른 멤버들인 장수영, 김수장, 백성호, 서능욱이 모두 우승 경력이 없는 것과 비교하면 강훈은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서능욱9단의 경우는 준우승만 통산 13회를 기록하고 있다. 제2국은 구리의 흑번. 흑13까지 힘차게 밀어올리고 최철한은 14로 갈라쳐 들어갔다. 쌍방의 기세가 벌써부터 사납게 충돌하고 있는 양상이다. 백14의 갈라치기는 절대. 참고도1의 백1로 지키는 수는 흑2의 전개가 매우 당당하여 백이 내키지 않는다. 백14의 갈라치기에 대하여 보통은 가 또는 나로 압박하는 법이지만 그 선택이 어렵다. 참고도2의 1로 두자니 차후에 흑3에서 백6까지 되었을 때 흑 4점이 고단하게 된다. 구리는 아예 15로 움직이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