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카드특감' 골치
'감독통합 시급' 결론 불구 책임기관 문책엔 난색
"강도 높은 문책을 하려니 당시 어려웠던 경제상황이 걸리고, 그렇다고 솜방망이 처리를 할 수도 없고…."
'카드특감' 처리문제를 놓고 감사원이 산고(産苦)를 겪고 있다. 감사원은 카드특감을 마친 지금 제2의 '카드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현행 재정경제부ㆍ금융감독위원회ㆍ금융감독원 등으로 나눠져 있는 금융감독 권한을 효율적으로 통합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결론을 내렸다. 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재경부ㆍ금감위ㆍ금감원ㆍ한국은행ㆍ예보ㆍ감사원 등 6개 기관이 동시에 감사를 하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며 "금융기관 통합문제는 감독기관 입장이 아니라 피감기관 입장에서 봐야 한다"고 밝혀 통합문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당시 해당 기관에 대한 책임소재를 명확히 밝히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감위ㆍ금감원측은 재경부가 경기활성화를 위해 카드사용을 권장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인 반면 재경부는 금감원이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해 발생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01년 금감원이 제안한 길거리 모집 규제를 영업자율의 침해를 이유로 거부했던 규제개혁위원회가 특별한 명분 없이 1년 만에 이를 번복한 데 대한 책임 여부를 가려내는 것도 고민거리 중의 하나다. 상황이 이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자 13일 전윤철 감사원장 주재로 열린 감사위원회에서 심의를 마치지 못하고 15일 다시 재심의에 부치기로 했다. 이에 따라 16일께나 감사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감사원이 500쪽에 달하는 감사결과를 놓고 씨름하고 있는 동안 벌써부터 해당 부처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감원 노조는 금융감독 기구 개편과정에서 공무원 조직인 금융감독위원회를 확대하는 쪽으로 결론을 낼 경우 반대투쟁에 나서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에 대해 감사위원 등 감사원 관계자들은 "결과를 지켜보자"며 입단속을 하고 있지만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당시 신용카드정책을 이끌었던 역대 재경부 장관 및 금융감독위원장 등이 감사원장ㆍ재경부총리 등을 맡고 있는 상황이어서 인사조치 수위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강봉균 의원은 이날 "카드 현금서비스 한도(70만원)를 폐지한 것은 99년 5월4일이며 재경부 장관으로 취임한 것은 5월24일이었다"며 본인의 책임이 아니었다는 해명자료를 내기도 했다. 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전 원장의 경우 카드영업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제재를 가할 때 장관을 했기 때문에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라고 말했다.
김민열 기자 mykim@sed.co.kr
입력시간 : 2004-07-14 1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