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속절없이 떨어지면서 이른바 ‘땡처리’ 업체들마저 부동산 시장에서 손을 떼고 있다. ‘땡처리’란 아파트 사업자가 미분양물량을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 전문업체에 팔아 넘기는 일종의 재고 정리로, 분양전문업체는 이 아파트를 분양가보다 20~30% 낮게 사들여 웃돈을 얹어 되팔아 이익을 남기는 거래다. 주택업체들이 미분양 해소를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선택하는 땡처리마저 어려워지면서 상당수 지방 업체들의 도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C사가 충남에서 입주를 앞두고 있는 한 아파트의 경우 회사측이 최근 최초 분양가보다 40%나 낮춘 가격에 미분양물량을 내놨다. 지금까지 미분양아파트의 땡처리 가격은 분양가의 70~80%선에서 이뤄져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가격인 셈이다. 하지만 사실상 절반 가격에 내놓은 이 아파트는 여전히 매입자를 찾지 못한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업체로부터 미분양 일괄매입의사를 타진받은 한 분양전문업체 사장은 “사실상 반값에 매물을 사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금융권에서 아예 대출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아파트를 사들인 뒤 빠른 시간내에 이를 되팔지 못하면 분양전문업체도 위험할 수 있다”며 “지방 아파트는 사실상 땡처리 업체들조차 손을 떼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건설사들이 자금압박에 시달리면서 아파트 뿐 아니라 단지 내 상가도 통으로 매각하려는 사례도 있다. 중견 건설사인 A사는 최근 지방에 있는 한 사업장의 단지 내 상가를 당초 계획했던 분양가보다 45% 이상 싸게 시장에 내 놓았다. 이 사업장은 단지 가구 수가 3,000가구에 육박하는 데다 단지 내 상가 수가 타 단지에 비해 적고 인근에 상업시설이 없어 비교적 알짜 상가로 꼽히는 곳이지만 아직까지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가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상가는 입지 및 가구 수 대비 상가 수 등을 고려할 때 시장 분위기만 좋으면 건설사가 당초 계획했던 가격 이상으로도 분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투자자들이 섣불리 나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분위기 뿐 아니라 최근 금리 상승에 따른 금융비용이 커진 것도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주 요인이 되고 있다. A사 아파트는 입주까지 2년 여의 시간이 남아 있는데 상가 분양이 입주 1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상가를 사들여 재분양 한다 하더라도 1년 가까이는 자금이 묶여있어야 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는 은행 대출을 이용한 투자는 무리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땡처리는 자금난을 겪는 업체들이 사실상 마지막 수단으로 활용하는 고육지책”이라며 “땡처리 시장마저 죽으면 사실상 부도 직전 상황에 몰린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