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난민 사태에 독일과 프랑스가 유럽연합(EU) 내 난민할당제에 합의했다. 그동안 난민 수용에 냉담했던 영국도 세계 여론에 밀려 수천명의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터키 해변에서 익사체로 발견된 세살배기 아일란 쿠르디의 비극적 죽음에 충격을 받은 지구촌 시민들도 직접 행동에 나서는 등 세계 여론이 들끓으면서 그동안 큰 진전이 없던 난민 문제 해결의 실타래가 풀릴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AFP통신은 3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EU 각국의 난민 의무할당 수용 방안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올랑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독일과 프랑스는 난민수용의 부담을 공유하기 위해 EU에 구속력 있는 난민 쿼터를 설정하기로 합의했다"며 "쿼터 없이는 이 문제를 풀 수 없다"고 말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난민 수천명의 죽음 앞에 EU가 책임감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EU 집행위원회는 이에 따라 그리스·헝가리 등에 체류 중인 16만명 규모의 난민을 EU 28개 회원국에 분산하는 방안에 대한 세부논의를 거친 후 이르면 오는 9일 구체적인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16만명의 난민 가운데 EU 회원국이 우선 수용할 난민은 최소 10만명 정도로 추산되며 EU 각국은 국내총생산(GDP)과 인구, 과거 망명신청자 등을 기초로 난민분산 할당인원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난민수용에 소극적이던 영국도 조만간 수천명의 시리아 난민을 수용할 방침이다. 외신들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더 많은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국내외 압력에 굴복해 며칠 내로 수천명의 시리아 난민 수용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캐머런 총리가 시리아 난민인 쿠르디의 사진으로 촉발된 전 세계적 공분에 난민수용 불가라는 기존의 강경한 태도에서 한발 물러섰다고 인정했다. 영국이 수용할 난민의 숫자가 1만5,000명에는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가디언은 전망했다. 영국은 지금까지 시리아 국경 지역에 위치한 유엔난민기구(UNHCR) 난민캠프에서 생활하는 난민 200명만 받아들였다.
전통적으로 난민 재정착에 적극적인 역할을 했던 미국도 시리아 난민을 더 받아들이라는 국내외의 압박을 받고 있다. 데이비드 밀리밴드 국제구호위원회(IRC) 위원장은 MSNBC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세계 난민 2,000만명 중 15만명이 부국에 정착했고 이 중 7만명이 미국에 자리 잡았지만 그동안 미국이 받아들인 시리아 난민은 겨우 연평균 250명 정도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UNHCR는 지난 2011년 시리아 내전 이후 시리아 난민 1만7,000명을 받아들이라고 미국에 권고했지만 현재 미국에 수용된 인원은 1,800명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