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자산매각' 서두른다
부동산·유가증권 팔아 재무구조 개선
재계가 보유 부동산과 유가증권 등 자산매각을 서두르고 있다.
이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유동성을 확충해 경영위기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최근 김대중 대통령이 "기업들의 부채비율 한도인 200%도 높은 편"이라고 강조한 뒤 재계의 자산매각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8일 서울경제신문이 국내 14개 주요기업을 대상으로 긴급 조사한 자산매각 규모가 11조원에 이를 정도로 재계는 자산매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올해 경영방침을 현금흐름 개선에 두고 국내외 부동산·유가증권 등 3,200억원 규모의 자산을 매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은 올들어 이미 자산매각으로 877억원을 확보한데 이어 러시아 볼쇼이 빌딩(264억원)도 매물로 내놓았다. 삼성은 이를 통해 5,000억~6,000억원의 차입금을 줄일 방침이다.
종합상사 가운데는 LG상사가 부천·의왕 등지의 창고를 비롯, 800억원 규모의 부동산과 비주력 분야의 지분을 팔기로 했으며 SK글로벌은 SK텔레콤 주식 650만주(7.3%)를 이른 시일 안에 매각, 2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하기로 했다.
보유주식 매각도 활발하다. 대표적인 기업은 현대전자. 이 회사는 두루넷 주식 6,800만주(360억원)를 비롯, 온세통신(1,300억원) 등 국내 주식과 미국 맥스터 자회사 지분 및 웨일스반도체공장 등을 순차적으로 매각, 올해 1조3,000억원의 자금을 확보, 부채상환에 쓸 예정이다.
LG전자는 자사주 3,100만주(4,000억원) 등 1조원 상당의 비전자 관련 주식을 매각, 올 상반기 부채비율을 150%로 낮추기로 했다.
사업매각도 많아지고 있다. 새한은 이날 계열사인 퍼시픽에폭시 지분 80%를 다우케미칼에 70억원에 매각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대우전자는 "비주력은 물론 영상·백색가전 등 주력 부문도 매각하겠다"는 장기형 사장의 발표와 함께 최근 (주)한화와 비주력 10개 부문 중 특수산업(방산) 부문을 매각하기로 했으며 앞으로 비메모리 반도체(ASIC) 등을 추가 매각해 올 중반까지 1,500억~2,000억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밖에 현대석유화학(1조2,000억원), 현대상선(6,540억원)도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고합은 1조원 조성을 목표로 울산공장 매각을 서두르고 있으며 금호는 지난해 말 입주한 광화문 신문로 사옥을 팔기로 했다. 새한도 사옥과 경산 기흥 공장부지 등을 매각, 총 9,200억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채수종기자 sjchae@sed.co.kr 최인철기자 miche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