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소속 세계식량계획(WFP)이 북한의 기근발생에 대비해 5억달러 규모의 식량을 긴급 지원할 계획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 보도했다.
WFP는 내년 11월까지 5억달러 규모의 식량지원을 통해 어린이와 노인ㆍ임산부 등을 집중적으로 도울 계획이다. 최근 북한을 방문한 토니 밴버리 WFP 아시아담당 국장은 “북한이 지난해 심각한 홍수를 겪은 후 식량안보에 경고등이 켜졌다”며 “1990년대 이후 최악의 기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 1990년대 중반 기아로 당시 전체 인구 2,300만명 중 100만명이 사망했다. 그는 “현재 북한의 전체 가구 중 절반이 하루 두 끼밖에 먹지 못해 상당수 주민들이 야생식물 채집에 나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북측은 WFP가 1990년대 중반 식량지원을 시작한 뒤 가장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밴버리 국장에 따르면 북측은 WFP에 지원식량 배분과정 모니터링을 허용하는 파격적인 조치를 취했다. 북한 내에서 외부 지원식량 배분은 지금까지 철저히 비공개로 처리됐다.
WFP의 북한 식량지원은 우리나라와 중국으로부터의 대북 식량원조가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은 지난해 전체 대북 식량지원의 절반가량을 지원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북측의 민간인 사살 등 남북갈등이 격화되면서 식량과 비료의 운송을 늦추고 있다. 중국 구호단체들은 2005~2007년 대북 식량지원을 절반 가까이 줄였다. 최근에는 중국 내 식량 가격 상승 및 정부의 곡물수출세 인상으로 대북 식량지원이 더 어려워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