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저성장의 늪에 빠진 우리경제

한국경제의 조로(早老)현상이 예사롭지 않다. 한국은행은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이미 4% 후반으로 떨어졌고 정부와 기업들이 노력하지 않는 한 앞으로 10년간 4.0%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한은의 이 같은 경고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이미 우리 경제는 올 상반기 성장률이 3.0%로 추락해 잠재성장률을 밑돌았기 때문이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나라가 경제적으로 용인되는 물가상승(2%안팎)을 유발하지 않고 자본ㆍ노동 등을 투입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이다. 이것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경제의 성장엔진이 식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 경제는 지난 1990년대만 하더라도 잠재성장률이 6.1%에 달했으나 2001~2004년에는 4.8% 수준으로 떨어졌다. 성장엔진이 식어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설비투자둔화 때문이다. 3저 호황 등에 힘입어 한국경제가 날개를 달았던 1990~97년 설비투자증가율은 연평균 9.6%에 이르렀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급격히 둔화돼 2001~2004년에는 연평균 0.3%로 추락했다. 영업이익에서 설비투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1997년 314%에서 2003년에는 50%로 뚝 떨어졌다. 한마디로 기업들이 돈이 있어도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투자할만한 마땅한 곳이 없는 곳도 이유지만 얽히고 설킨 정부규제, 툭하면 파업을 일삼는 노조와 선진국에도 못 미치는 노동생산성 등으로 기업할 의욕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품ㆍ소재산업의 발전이 미흡한 점, 인구고령화에 따른 신규 노동력공급의 정체와 노동생산성저하도 성장엔진을 식히고 있다. 한은은 정부와 기업의 노력여부에 따라 성장동력을 되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우리 경제가 활력을 찾을 수 있는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어떻게 실천하느냐가 문제일 뿐이다. 정부는 기업들의 투자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과감히 규제를 완화, 기업할 맛이 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노조도 명분에 얽매인 노동운동을 접고 생산성을 향상시켜 나눌 수 있는 몫을 키우는데 힘써야 한다. 대기업들도 말로만 상생을 외칠 게 아니라 중소기업 및 대학 등과 협력을 강화해 부품소재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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