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개인 저축률이 사상 최저치인 1.5%로 급락했다. 100만원을 벌어 1만5,000원을 저축했다는 뜻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유일하게 건전한 경제주체로서 역할을 해온 가계의 재무구조가 악화돼 우리 경제 전체의 체질 자체가 크게 허약해졌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해에는 소비가 줄어 순저축률이 5%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개인 순처분 가능소득 중 개인 순저축 비중을 의미하는 개인 순저축률은 지난 2002년 1.5%까지 급락, 통계를 시작한 7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개인 순저축률은 97년 15.4%에서 98년 23.0%로 올라갔다가 99년 16.0%, 2000년 10.5%, 2001년 6.0% 등으로 계속 곤두박질치고 있다. 한국의 2002년 개인 순저축률은 타이완(15.4%), 독일(10.6%), 일본(5.4%), 미국(2.3%) 등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개인 저축률이 급감한 가장 큰 원인은 가계부채가 크게 늘고 청년실업이 증가하는 등 가계 경제여건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또 소득은 크게 늘어나지 않은 반면 신용카드 사용 등으로 소비가 대폭 증가하는 등 소비 패턴이 바뀐 데도 원인이 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2002년은 가계신용의 버블 붕괴가 최고조에 달한 시점”이라며 “이러한 거품 붕괴의 여파는 현재 개인 연체 증가, 가계부채 증가, 소비둔화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상무는 또 “가계의 저축 부진은 지난해부터 조정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이지만 내수악화는 적어도 올 상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