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형유통업계에서는 PL제품에 대한 마케팅이 큰 이슈였다. 이는 자체브랜드로 값싼 물건을 소비자에 직접 공급한다는 것이다.
PL의 성공은 '가격인하' 측면과 '품질보증'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만 가능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귀가 솔깃한 말이다.
하지만 품질보증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스스로 제조기반의 관리체제를 구축하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우선 제조 마인드와 유통 마인드를 모두 갖춘 인력들이 필요한데 이를 해결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가격인하라는 구매 포인트는 매력요소지만 품질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PL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칠 수도 있다.
PL로 마케팅을 크게 일으켰다 하더라도 만에 하나 한번의 실수나 오류가 있다면 이는 그동안 쌓아온 전체 브랜드 이미지를 한꺼번에 잃을 수 있다.
다품종이 특징인 생활용품군은 제품 공급망이 복잡하다. 한국을 비롯 중국ㆍ동남아ㆍ인도ㆍ유럽 등 다양한 지역에서의 공급 채널을 갖고 있기 때문에 품질을 유지하면서 이를 관리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제조 기반을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유통화하는 마인드를 갖춘 전문 유통업체의 등장이 필요한 것이다.
이웃 일본의 유통구조는 더욱 복잡하고 다양하다. 종합상사, 일반상사, 돈야(問屋), 중간도매상 등. 한동안 소비시장을 실질적으로 지배해온 종합상사는 부동산 하락과 버블붕괴로 구조조정과 통폐합이 이뤄졌다.
또한 어느 한 분야에 전문화된 일반상사, 일본만의 독특한 형태인 '돈야(問屋)'. 판매전문 도매상과 제조도매상으로 나뉘는 돈야는 상품 생산에서부터 수입 도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을 취급한다.
돈야에서 구입하거나 제조 및 수입업자에게 구입해서 파는 중간도매상. 독특한 리베이트시스템으로 1차ㆍ2차ㆍ3차, 심지어 4차도매상까지 이른다.
이밖에 한국의 남대문과 동대문시장과 같은 도매점과 시내에서 조금 떨어져 있으면서 취급 종류가 다양하고 싼 대형 아웃렛몰. 또한 100엔숍ㆍ300엔숍ㆍ1000엔숍 등 균일가 할인판매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밖에 전문판매점ㆍ전문소매점ㆍ대형백화점ㆍ편의점ㆍ통신판매 등도 하나의 유통구조다. 전문소매점이 생활과 밀접한 상품들을 주로 판매한다면 전문판매점은 취미생활이나 오락 및 완구에 관련된 잡화상품을 판매한다.
일본의 유통구조는 장기 불황 이후 점차 시장이 세분화되고 전문화되고 있다. 우리의 유통구조도 시장 세분화와 전문화가 추세다.
균일 제품군, 균일 가격군, 헬스 제품군 등 카테고리 유통형태가 바로 그것이다. 소비자 취향이 다양해지고 까다로워지면서 전문성을 갖춘 유통망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유통 키워드가 PL제품이라면 올해는 이와 더불어 소비층을 세분화해 이를 파고드는 유통 기반이 아닐까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흔히 마케팅을 이야기 할 때 '에스키모인에게 냉장고를 팔라'고 비유한다. 역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마케팅은 시대에 맞춰 '바라보는 양식'에 따라 변화하고 진화한다.
우리가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되지 않고 이를 기회로 삼으려면 제품 개발은 물론 끊임없이 변화하는 마케팅 또한 절실하다.
마케팅은 단순히 판매 전략이 아니라 제품 개발과도 직결된다. 일본인을 대상으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일본인보다 더 일본인 다워야 한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덩샤오핑이 내세운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 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은 오늘날 중국을 있게 한 하나의 국가 마케팅 전략이었다.
올해에는 실용을 중시하는 차기 정부의 경제 키워드에 맞는 '실용 마케팅' 전략이 도처에서 발현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