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론,국내 D램업계 제소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한국산 D램 제소는 연속적자의 수렁탈출을 위한 고육책이다.
관건은 마이크론이 겨냥한 타깃이다. 마이크론은 반덤핑이 아니라 '상계관세', 즉 국내 업체들에 지급한 금융지원 등 보조금을 문제 삼았다. 전문가들은 특히 마이크론이 하이닉스의 채무재조정이 임박한 시점에 '선전포고'를 한데 주목하고 있다.
◇제소는 예고된 수순
마이크론의 보조금 문제 제기는 해묵은 일. 지난해 1월 도입된 산업은행의 회사채 신속인수제가 발단이었다. 다만 마이크론이 하이닉스 인수를 추진하면서 물밑에 가라앉아 있었던 것 뿐이었다.협상이 깨지면 언제든 소송전은 점화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었다. 지난 6월 인피니온의 한국 D램업체 제소가 기폭제였다.
마이크론은 7분기 연속 적자에 이어 이번 분기(9월~11월,8월말 결산)에도 적자가 확실시된다.
마이크론은 10월 중순 공정을 범용 SD램에서 DDR로 전환하려 했으나 기술부족으로 늦어지고 있다. 마이크론의 최대 생산품목인 SD램 값은 하락세를 거듭, 팔수록 손해 보는 상황이다. 1분기말 17억3,000만달러였던 현금성 자산은 8월말 9억8,600만달러까지 급감했다.
반면 D램 주력제품으로 떠오른 DDR에 강점을 지닌 국내 업체는 가격 급등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다. 삼성은 시장점유율 30%를 눈앞에 두며 마이크론(19%)과 10%포인트 이상 격차를 벌렸다. 하이닉스도 DDR값 상승의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채권단은 추가 채무재조정까지 고려중이다. 한국업체에 짓눌려 고사될지 모르는 판이다.
◇판정까지는 최장 1년, 하이닉스가 문제
최종 판정이 나려면 최장 325일이 걸리므로 내년 상반기까지는 수출에 직접 피해는 없다. 미 상무부는 20일 이내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조사개시가 결정되면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45일내 산업피해 예비판정을, 상무부는 85일내 보조금 지급유무에 대한 예비판정을 각각 내린다.
상계관세 부과판정이 나오면 한국산 D램은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점유율 축소가 불가피하다.
대미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142억달러의 24%에 해당하는 34억달러.
제소대상인 D램은 전체 수출물량(43억달러)중 35%인 15억달러에 달했다. 특히 인피니온의 제소와 맞물려 있어, 미ㆍEU 양대 수출시장에서 큰 타격이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중장기 전망보다 당장의 하이닉스 진로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채권단은 이달 중순 구조조정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번 제소로 신규 자금수혈은 커녕, 채무재조정도 여의치 않다.
마이크론은 제소장에서 ▦부채탕감(출자전환) ▦정부 주도에 의한 회사채 차환발행 등을 보조금 대상으로 지목했다. 마이크론은 제소를 통해 적어도 '사냥감'이었던 하이닉스가 자신들의 파이를 집어삼키는 것은 막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
김영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