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의 법칙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인 이 말은 새로 출범하는 `참여의 정부`도 잊어서는 안될 교훈임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지난 48년 우리 헌정사가 시작된 이래 역대 정권은 모두 불운이나 적지않은 수모를 겪어왔으며 경제정책의 운용 문제 등과 관련해서도 끊임없는 난관에 부딪히거나 우를 범해왔기 때문이다. 물가안정을 이루어냈다는 전두환 정권은 수서 사건 등 5공 비리를 양산해 냈고, 단군 이래 최대의 호황이었다는 노태우 정권이지만 200만호 주택건설에 얽매여 국가의 미래를 위한 R&D 투자는 가장 등안시했다는 악평을 면치 못했다. `문민의 정부`라는 문패를 내건 김영삼 정권은 금융실명제를 전격적으로 실시했지만 IMF 외환위기라는 지울 수 없는 경제적 치욕을 국민에게 안겨다 주었으며, `국민의 정부`라고 자칭한 김대중 정권은 재벌 개혁 등 4대 개혁을 추진했으나 벤처 비리와 청년실업 등을 막지는 못했다. 멀티사이언티스트로 알려진 UCLA의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97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서 `총, 균, 쇠`에서 톨스토이의 그 교훈에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이라는 이름을 부치고 `어떻게 문명의 불평등이 이루어졌는가` 라는 주제에 접근해 나가고 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특히 고대 농경민에게 부의 축적과 선진문명을 이룰 수 있는 기반이 되었던 야생동물의 가축화와 관련, 왜 148종의 육지 초식동물 가운데 양, 염소, 소, 돼지, 말 등 주요 5종을 비롯한 단 14종만이 가축화될 수 있었는가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야생 포유류의 가축화가 이루어졌던 조건으로 식성과 성장 속도, 성격 및 사회적 특성 등을 들고 있다. 그는 야생동물 중 가축화가 이루어진 주요 5종 중 잡식성인 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초식성인 이유를 대략 10% 수준인 생물자원의 효율성에서 찾고 있다. 다시 말해 450kg의 소를 키우려면 4,500kg의 옥수수가 필요하지만 다른 450kg의 육식동물을 키우려면 옥수수 4만5,000kg을 먹고 자란 초식동물 4,500kg을 먹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770kg의 거대한 별미 양식인 회색곰이 인간에게 유용하도록 자동적인 진화가 진행되는 가축이 되지 못한 것은 사납기 그지없는 성격 때문이었다고 보고 있다. 회색곰 새끼 기르기를 좋아했던 일본의 아이누족이 한 살 때쯤만 되면 전통의식과 동시에 잡아먹었던 것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또한 미국의 동물원에서 해마다 호랑이보다 얼룩말 때문에 부상당하는 관리자가 더 많은 사실로 보아 커갈수록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사나워지는 얼룩말의 가축화에 실패한 것도 당연하다고 그는 보았다. 이밖에도 그는 한니발이 알프스를 넘을 때 코끼리를 이용했으나 단지 다 자란 야생 코끼리를 길들였을 뿐 고대 인류는 15년이나 지나야 다 크는 코끼리를 기다릴 수는 없었다며 가축화 후보 포유류의 성장속도 역시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가경제의 어려움도 어쩌면 고대 인류가 생존과 부를 위해 야생동물의 가축화 과정에서 겪을 수 밖에 없었던 난관과 비슷할지 모른다.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는 급격한 시장개방과 지배구조 개선, 노동의 유연성 확보 등 갖가지 필요성에 따른 제약을 받아 왔다. 더욱이 최근에 이르러서는 재정정책의 한계와 과다한 가계빚에 따른 소비지출의 하락, 정권교체기에 일어난 기업투자의 위축은 물론이고 그 동안 유일한 희망이었던 수출의 부진과 유가 급등이라는 경고등 마저 켜져 있는 상태다. 따라서 참여의 정부는 세계화 추세가 가속화하는 지구촌 경제 속에서 투자와 수출, 소비와 재정 등에서 선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화로운 정책을 수행해야 함은 물론이다. 우리가 미련하게 회색곰이나 코끼리, 또는 얼룩말을 기른다고 안간힘을 쓰는 동안 다른 나라는 소나 양이나 말을 길러 총소요 생산성과 잠재성장률 등을 극대화할지 모른다. 참여의 정부가 안나 까레니나의 법칙을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김인모(성장기업부장) iakia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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