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의 한국 GQ를 말한다] 릴레이 인터뷰


“지난 40여년간 한국은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뤘지만 여전히 놀라울 정도로 많은 비효율이 남아 있는 나라다. 특히 일본에 비해서도 더 강도 높은 정부 지원을 받는 농업과 경제적 비중이 큰 서비스업의 비효율은 심각한 수준이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의 마커스 놀랜드(47ㆍ사진)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글로벌화 수준에 대해 “한국의 경제는 남유럽 수준에 도달했지만 정치는 자메이카나 태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명쾌한 말로 한국사회의 병폐를 꼬집었다. 또 경제 분야에 있어서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미치지 못한 비효율이 여전해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시행을 계기로 글로벌화의 거센 물결에 직면하게 될 농업 부문의 효율성 제고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또 차기 정부는 ▦인구의 급속한 고령화 ▦기업 투자 저조 ▦노동력 증가세 정체 등의 문제를 안게 될 것이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고성장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등 경제가 팽창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전문가인 놀랜드 박사는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IIE 사무실에서 한시간여 동안 서울경제와의 전화인터뷰를 가졌다. -전반적인 한국의 글로벌화 수준을 평가하면. ▦한국 경제는 지난 40여년 동안 놀라운 성공을 거둬왔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룬 비약적인 발전에 한국 경제의 글로벌화가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세계시장에서 한국의 활동무대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국제교역ㆍ금융 등에 있어서 이미 세계화가 이뤄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의 정치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크게 못 미친다. 투명성 등 정치 관련 지표들은 여전히 낙후된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국 국민들이 경제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후진국으로 여기는 것도 정치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한국은 소득 면에서는 남유럽 수준에 도달한 반면 정치는 자메이카나 태국과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뒤떨어진 정치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서 찾을 수 있는 성장의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이 진정한 글로벌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경제개혁뿐 아니라 정치의 역할이 제고돼야 한다. 정치자금의 투명성이나 부패지수, 언론 자유화 등 정치 부문에 관한 국가간 통계나 순위를 비교해보면 한국 정치가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경제 분야에 포커스를 맞춰 진단을 하면 어떻게 되나. ▦경제 분야로 한정할 경우 가장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농업과 서비스이다. 한국은 오늘날 일본보다도 더 강도 높게 농업 부문을 지원하고 있지만 농업 부문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대규모 정부 지원보다 농가 통합 및 대형화 등 개혁을 통한 효율성 제고가 요구된다. 현재 한국의 농가는 1가구당 규모가 지나치게 작고 신기술 도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심각한 비효율 문제를 안고 있다. 서비스 부문 역시 농업 못지않은 비효율성에 빠져 있다. 서비스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감안할 때는 개혁의 시급하다. 사실 한국은 놀라울 정도로 비효율적인 부문이 많이 남아 있는 국가다. 총요소생산성(TFP) 저하로 인해 이전과 같은 노동량을 투입해도 결과물은 적어진 것이 현실이다. 한국이 정보기술(IT) 부문에서 강한 면모를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그만큼 취약한 부문이 경제의 발목을 잡아 끄는 것이 사실이다. -서비스 부문의 생산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인데. ▦규제를 완화해 경쟁을 촉진시켜야 한다. 규제가 많을수록 업계 내 경쟁이 저해되고 이는 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한국 기업의 구조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너무 크다. 방대한 규모를 갖춘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은 자금시장에 대한 접근부터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어 노동력의 이동도 쉽지 않다. 이 두 가지 문제가 어우러져 한국에서는 신생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잃고 그로 인해 경쟁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올해 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다. 차기 정부가 가장 중점을 둬야 할 경제정책은 무엇인가. ▦점차 둔화되고 있는 경제성장 속도를 끌어올리는 게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가 될 것이다. 한국은 ▦인구의 급속한 고령화 ▦기업 투자 저조 ▦노동력 증가세 정체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고성장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등 경제가 팽창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물론 단순히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한 것에 그쳐서는 안된다. 지금 한국을 비롯한 세계 수많은 나라들이 직면한 과제 중 하나가 날로 심화되는 부의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부의 양극화가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는데 문제는 양극화 해소 노력이 경제에 타격을 줘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사회안전망 확충과 세금제도 개선이라고 본다. 특히 한국은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사회안전망이 상당히 취약하다. 실업자 보호제도 확대, 임금보험제 도입 등은 적극 고려해볼 만한 대안이다. -한국은 경제력에 비해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역할은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있다. ▦금융시장 개방을 확대하고 규제는 줄여야 한다. 외국인 투자가들 사이에서는 한국의 경제수준에 비해 규제의 투명성이 낮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때문에 규제 체제를 선진화, 즉 단순화해 시장의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사실 한국은 일본과 중국의 틈바구니에 끼여 있는 ‘샌드위치’ 상태라는 여건 때문에 시장 개방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자세를 견지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본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급성장세를 보이는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는 한국 시장에 큰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막대한 규모로 시장을 공략하는 국부펀드에 시장을 전면 개방할 수도 없고, 그렇지 않을 경우 자칫 외국인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으로서는 미국처럼 특정 부류의 외국인 투자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경제에 있어서 중국은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보는가. ▦진부한 표현이지만 중국은 기회이면서 동시에 위협 요인이다. 중국은 매우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로서 한국 입장에서는 커다란 수출시장이면서 동시에 투자 대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국은 아직 체계가 제대로 잡히지 않은 불안정한 경제다. 특히 한국 경제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력이 갈수록 심화하는 가운데 최근 중국경제의 거품붕괴 우려가 확산되면서 중국발 충격이 한국에 미칠 타격에 대한 우려는 날로 커지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중국의 거품 붕괴가 미국의 경제 악화와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한국 경제가 중국에 큰 영향을 받는 만큼이나 중국은 미국 경제를 발판으로 성장을 이어왔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 경제의 동시 둔화는 이들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매우 높은 한국 경제에는 심각한 수준의 위협이 될 것이다. 불행하게도 그 조짐이 이미 감지되고 있다. 미국은 경상수지 불균형과 모기지론 부실화, 중국은 은행시스템 부실화와 통화 규제라는 굵직한 문제를 떠안고 있다. 물론 지금 당장 미ㆍ중 경제 동시 악화라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되지는 않겠지만 양국 경제 동시 붕괴에 25%의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본다. -한반도 문제 전문가로서 앞으로 10년 후의 한국, 특히 남북관계를 전망하면. ▦한국의 앞날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정치적으로는 정당제도가 크게 개선되고 정부와 사회의 관계는 한층 투명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복잡한 규제 체계도 점차 단순화되는 등 현재 안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이 해소될 것이다. 그와 함께 경제가 꾸준히 발전할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다만 북한의 앞날에 대해서는 현재 시점에서 커다란 물음표로 남겨둘 수밖에 없다. 북한은 사실상 예측이 불가능한 체제이기 때문이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김정일 체제가 끝남과 동시에 북한 사회는 심각한 변화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된다면 그때는 별도의 인터뷰가 필요할 것이다. 그동안은 지금까지 정부 위주이던 남북 경협을 민간 차원으로 확산시키는 등 경협 활성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마커스 놀랜드 박사는
국내서도 인지도 높은 한반도문제 전문가
한반도 문제 전문가로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마커스 놀랜드 박사는 지난 59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태생으로 미국 스와스모어대학 졸업 후 존스홉킨스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 85년부터 미 국제경제연구소(IIE)에서 일하고 있다. 현재 IIE의 선임연구원으로서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ㆍ중동ㆍ아프리카와 미국 교역정책 등에 걸쳐 폭넓은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다. 놀랜드 박사는 미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맡은 바 있으며 미국 예일대학ㆍ존스홉킨스대학ㆍ사우스캘리포니아대학 및 일본의 도쿄대학ㆍ사이타마대학, 국내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서 교수 및 연구활동을 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김정일 이후의 한반도 ▦종말 피하기:두 한국의 미래(오히라 마사요시상 수상) ▦태평양 개발도상국 ▦세계화 시대의 산업정책:아시아의 교훈 ▦아시아 통화절하의 글로벌 경제효과 ▦북한의 기근:시장, 지원, 개혁 등이 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는 美통상정책 영향력 행사…민간 비영리 연구기관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지난 81년에 설립된 민간 비영리 연구기관으로 다양한 국제경제 이슈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치적으로 '비당파적 중도노선'을 인정받는 몇 안되는 미국 싱크탱크 가운데 하나이다. 모든 예산은 자선재단이나 민간기업, 개인 및 연구소 독자 수익으로 충당하고 있다. 24명의 전문 연구원을 포함한 50명의 인력이 글로벌 거시경제와 국제 금융시장, 국제통상 및 사회적 이슈 등의 다양한 주제에 대한 연구를 벌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글로벌화와 중국경제, 국제무역의 불균형 문제 등에 주요 초점을 맞추고 있다. IIE는 국제통화기금(IMF) 개혁, 선진7개국 및 신흥시장의 외환정책과 우루과이라운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미국의 통상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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