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졌던 TV단막극, 부활 꿈꾼다

콘텐츠진흥원, 작품당 5,000만원 지원…KBS도 올 100편 제작

KBS의 'HDTV문학관' 중 '사람의 아들'(이문열 원작)의 한 장면

상업성에 밀려나 종적을 감췄던 지상파 TV 단막극이 올해 본격 부활할 전망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은 올해 방송콘텐츠 지원사업 중 처음으로 단막극 부문에 10억원을 지원한다. 단막극의 경우 2부작 이내로 작품당 5,00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KBS도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겠다며 올해 주요 사업 중 하나로 폐지됐던 TV문학관을 '앙코르 TV문학관'으로 부활하고, 문학을 고화질 영상미로 풀어내는 'HDTV문학관'을 통해 100편의 단막극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단막극은 실험성이 강한 영상 콘텐츠 제작을 시도할 수 있는 비상업적 장르. 이를 바탕으로 연작 드라마가 탄생할 수 있어 과학기술로 치면 기초연구 분야에 해당한다. 한류열풍을 일으켰던 '대장금'은 1995년 궁중요리 대결을 펼치는 MBC 창사특집 2부작'찬품단자'에서 발전한 작품. 둘 다 이영애씨가 주인공을 맡았다. 1999년작 '마지막 전쟁'역시 단막극의 반응이 좋아 미니 시리즈로 기획됐다. 단막극은 신인 작가ㆍ연출가ㆍ연기자 등을 발굴하는 등용문이 되기도 한다. 김영덕 콘텐츠진흥원 연구원은 "심혜진ㆍ강남길ㆍ배용준ㆍ장동건ㆍ이병헌 등 현재 스타들은 모두 단막극 출신"이라며 "새로운 배우들이 단막극을 통해 연기력을 검증받고 스타로 커가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은 신인 발굴 통로가 좁아진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막극은 높은 시청률을 기대하기 어렵고 적자규모가 커 방송사들이 편성을 꺼리는 장르로 전락, 5~6년 전부터 편성에서 사라졌다. MBC는 2007년 베스트극장을, SBS는 7년 전 단막극을 폐지했다. 단막극 폐지는 방송부문 인력 개발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은규 드라마 PD협회장은 "방송계에 작가ㆍ연출자 등이 스스로 기획을 해보지 않고 보조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 능력을 개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단막극의 부재는 연기력을 갖춘 신진 연기자 발굴을 어렵게 하고 몇몇 인기 스타들에게 관심이 집중되게 함으로써 몸값을 올리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단막극 활성화의 관건은 방송 편성권 확보다. 콘텐츠진흥원의 지원조건에도 편성권 확보가 포함돼 있다. 이은규 회장은 "방송사가 여력이 없는 상태에서 콘텐츠진흥원의 단막극 지원은 가뭄에 단비"라며 "정규편성에 포함시키기는 어렵지만 우수 드라마를 선정하는 '서울드라마어워즈'가 있는 9월 이전에 지상파 방송 3사가 단막극 페스티벌 형식으로 편성ㆍ방송하고 우수작을 시상하는 형식을 취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희경 작가, 이병훈 PD 등 한류 인기 드라마를 탄생시킨 작가와 연출자들 중 다수가 단막극을 통해 능력을 개발해 왔다. 단막극 없이는 한국 방송 콘텐츠 산업이 후퇴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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