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학도 공무원 조기졸업 학사모

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50줄의 나이에 시작한 늦깎이 대학공부를 마치고 오는 25일 성균관대에서 꿈에 그리던 학사모를 쓰는 서울 역사박물관 시설운영팀장 박태호(51)씨. 지난 1971년 대학에 합격하고도 어려운 가정형편 덕에 가장노릇을 하느라 제대 후 서울시에서 공무원생활을 시작했던 그는 재직 25년째인 지난 2000년 성균관대 사학과에 입학, 7학기 만에 4.5 만점에 4.19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조기 졸업하는 영예를 안았다. 업무와 병행하느라 눈코뜰 새 없이 바빴던 학교생활에 대해 그는 “업무가 바쁠 때는 수업을 마친 후 사무실에서 밤새워 잔무를 처리한 날도 많았지만 자식 같은 동료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공부는 재미있는 것이라고 최면을 거니 실제로 재미도 있었다”고 말했다. 신석기 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 우리나라의 화장 문화를 다룬 그의 졸업논문 `한국 고대의 화장문화`는 우리나라 화장제도가 불교가 들어오기 훨씬 전인 청동기 시대부터 도입됐다는 것을 처음 서술해 주위에서 박사논문 수준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그는 지난 91년 장묘업무를 담당하는 서울시 사회과에 발령이 난 뒤 원지동 화장장의 기안과 실무를 맡는 등 묘지, 화장장, 납골당 문제를 최일선에서 담당해오면서 장묘문화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됐고 의욕적으로 일을 하다 변변한 연구서 하나 없는 현실을 개탄, 지난 6월 `서울 장묘시설 100년사`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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