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도 불구하고 매수세를 유지하던 외국인들이 25일에는 주식과 채권 시장에서 일제히 매물을 쏟아냈다. 이날의 매도가 한국으로부터 외국인의 추세적인 이탈이라고 단정짓기는 힘들지만 유럽 재정위기 등 해외악재와 맞물리면서 국내시장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부담이 여전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은 2,000억원의 매도우위를 보이면서 5거래일만에 순매도로 돌아섰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도 매수우위를 보인 전날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날은 기금과 투신 등 기관에서 900억원의 순매수를 보이면서 코스피지수가 1,927.68포인트로 소폭이나마 3거래일만에 상승에 성공했지만 주가는 장중 내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은 사흘만에 순매도로 돌아서면서 3,000억원의 매물을 쏟아부었다. 역시 전일에 4,753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한 데 비해 180도 입장을 바꾼 것이다. 하루만에 달라진 외국인의 매매태도에 대해 해외 악재가 남아있는 가운데 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다시 한번 부각된 지정학적 리스크의 여진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일랜드의 재정위기가 IMF 등의 구제금융 등을 통해 점차 완화되고는 있지만 스페인 등 다른 국가로의 확산 가능성이 남아있는데다 중국의 긴축 관련 이슈도 한국 증시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이 같은 해외 악재가 이전에 비해서는 많이 약해지기는 했지만 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가세하면서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유럽의 재정위기 재발과 중국의 긴축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이슈”라며 “외국인의 국내 주식에 대한 매수기조가 유지될 전망이나 단기적으로는 매수세 유입이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외국인들은 적지 않은 이익을 챙긴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장에서 지난 23일 포격 소식이 처음 알려진 뒤 장마감 후 시간외거래에서 거의 전종목이 하한가까지 폭락한 상황에서 외국인만 무려 2,000억원에 가까운 순매수를 보였다. 24일에도 초반 800억원대의 순매수를 보이면서 개인들이 투매한 저가매물을 쓸어 담았는데 오후 들어서 주가가 안정되자 순매수 규모가 100억원대로 줄어들었다. 25일은 장초반부터 팔기 시작하면서 차익실현을 단행했다. 채권시장에서도 이날은 오전부터 매물을 던지기 시작, 한때 5,000억원 이상의 가까운 순매도를 기록한 후 오후 들어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3,000억원대 매도우위를 보였다.. 특히 이날은 잔존만기가 짧은 통안증권과 단기 국고채를 집중 매각하면서 앞서 저가매수했던 매물에 대해 차익실현에 나섰다. 이날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10년물이 0.05%포인트 하락하는 등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였지만 외국인의 매물이 많았던 통안채 91일물은 전일대비 보합을 유지하는 등 단기물의 하락폭이 적었다. 김동환 하이투자증권 채권담당 연구원은 “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재부각된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이 외국인들이 포지션을 뒤집지는 않을 보인다”면서도 “현재 차익실현 요인을 챙기는 것은 분명하고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거래추세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