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실패로 돌아갔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대량살상무기가 없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보고는 무시한 채 조지 W 부시 정권은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것이며 이라크에 민주주의가 꽃필 것이라고 자신했다. 무엇보다도 짧은 기간에 전쟁을 끝낼 것이기 때문에 비용도 많이 들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4,000명에 달하는 미군이 목숨을 잃었고, 5만 8,000명이 부상을 당했다. 최소비용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던 미 정부의 예상과는 달리 전쟁 비용은 약 3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직접적인 군사작전에 투입된 돈만 해도 12년간 지속된 베트남 전쟁 비용을 이미 넘어섰고, 한국 전쟁에 쓴 비용의 두 배 이상이다. 이라크 전비는 아무리 낮게 계산해도 제 1차 걸프 전의 약 10배, 제 1차 세계대전의 2배에 달한다. 이 같은 분석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콜럼비아대 교수와 린다 빌 메스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 교수의 연구 결과다. 전비 계산은 전쟁의 빌미를 준 지난 2001년 9.11테러 당시부터 2007년 12월 25일까지 관련된 모든 군사작전에 쓴 비용을 기본으로 두고 이라크에 주둔할 정규군 유지비용 등 미래에 들어갈 비용, 퇴역군인들의 장해보상과 건강관리에 필요한 현재와 미래의 비용 등을 산출했다. 여기에 전쟁에서 잃은 수많은 목숨과 수천 명의 부상자에 대한 경제적 손실 등 경제 전반의 부담을 평가하고 유가 상승과 연방정부 적자 등 전쟁으로 말미암은 거시경제의 충격, 그리고 이자와 물가상승률에 따른 화폐가치 조정까지 방대한 작업을 통한 계산결과가 3조 달러에 이르는 것이다. 3조 달러라는 돈을 쓴 게 문제가 아니라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 즉 기회비용이 더 큰 문제라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1조 달러는 주택 800만 호를 지을 수 있는 금액이며, 1,500만 명의 공립학교 교사를 1년간 채용할 수 있는 돈이다. 또 5억 5,000만 명의 어린이에게 1년간 무료로 건강보험을 제공할 수 있는 금액이다. 이라크 전쟁에 쓴 3조 달러의 돈으로는 이런 일을 세 배 더 많이 할 수 있다. 이들이 경제학적 관점에서 이라크 전쟁을 분석한 이유는 앞으로 이라크에서 철군하기까지 드는 비용이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며 이는 또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세계 경제와도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취임을 앞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철군 전략이 미국의 경제 회생의 관건이기도 하다. 저자들은 천문학적인 비용을 퍼붓고도 실패한 전쟁으로 낙인이 찍힌 이번 전쟁의 무의미함을 다시 한번 경고한다. 경솔하고 성급한 리더의 판단과 결정으로 수행된 전쟁은 인명피해는 물론, 전쟁이 끝난 후에도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