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시대 경제운전

지속되는 고유가 상황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중동산 두바이유의 10일 평균가격은 지난 2월22일 이후 배럴당 30달러를 웃돌고 있으며, 앞으로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경우, 전쟁 초기에는 두바이유의 가격이 35∼4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정부에서는 이번 고유가 사태가 국민생활에 최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사용하는 에너지의 97% 이상을 해외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유가폭등의 직접적인 영향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특히 국제유가 상승의 여파로 휘발유가격 등 국내유가도 상승하다 보니 자동차 운전자들의 기름값 부담이 전에 없이 커지게 됐다. 이제 생활필수품이 되다시피 한 자동차이지만, 자동차는 100% 수입품인 기름을 직접적으로 소비하기 때문에 차량의 에너지절약은 가정경제는 물론이고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우선 요즘과 같은 고유가 상황에서는 무엇보다도 차량운행을 줄이는 방법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또는 격일제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자동차 함께 타기(카풀)를 해서 출퇴근 하는 것은 전세계적인 문제에 대두되고 있는 지금의 에너지상황에 우리 국민이 대처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생계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어서 이것이 어려운 경우도 많이 있겠지만, 지금 `나홀로 차량`으로 출퇴근하고 있다면 좀더 경제적인 방법은 없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주행을 하기 전에는 불필요한 짐들이 실려있는가를 확인해야 한다. 자동차의 중량은 연료소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차량 무게를 줄이기 위해 스페어 타이어도 임시 경량형 타이어로 바꾸는 경우가 많다. 스키캐리어와 같이 차량 외부에 장착하는 부착물들도 공기저항을 높여 연비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또 출발전에 미리 도로상황을 파악해서 정체지역을 피하고 단거리 코스를 선택하는 것도 연료절약의 지름길이다. 주행중의 운전습관도 매우 중요하다. 같은 차라도 운전하기에 따라 연비는 큰 차이가 나게 되는데, 특히 운전속도는 연비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승용차를 시속 100km로 주행하면 시속 70km로 달릴 때보다 연료소비가 22% 증가하게 되고, 시속 130km에서는 연료소비가 무려 50%까지 증가한다. 더욱이 이렇게 고속주행을 하면 급가속, 급정차 회수가 늘어나 연료의 소비는 더욱 늘어난다. 결국 주유할 때 각종 할인서비스를 받는 것 보다 차라리 시속 60km∼80km의 경제속도를 유지하면서 부드럽게 운전하는 편이 훨씬 더 이익인 셈이다. 자동차를 구입할 때부터 연료가 적게 드는 경승용차를 구입하는 것은 가장 근본적으로 차량에너지를 절약하는 방법이다. IMF 경제위기가 닥쳤던 지난 `98년도에 승용차 시장에서 경차의 점유율은 27.6%까지 상승했었지만 그동안 대형차를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점유율이 감소해 지난해에는 4.7%까지 줄어들었다. 그러나 1,400만대에 육박하고 있는 차량등록대수와 날로 오르고 있는 국제유가를 고려한다면 연료소비도 적고 주차공간도 작은 경차를 사용하는 것은 지금 우리가 처한 교통난과 에너지문제, 그리고 환경문제까지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한가지 방법이다.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말이 있다. 현재의 유가상승세와 대기오염으로 인한 지구온난화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또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자동차 운행으로 인한 대기오염문제를 몸으로 직접 느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우리는 에너지절약이라는 지역적인 행동으로 대처해야 한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자동차 에너지절약이 가깝게는 지금의 고유가 상황을 극복하고 멀게는 앞으로 닥칠지도 모르는 에너지부족에 대처하는 첫걸음이다. <정장섭(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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