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새금융] (42) 기업은행

[새천년 새금융] (42) 기업은행"공익·수익 두마리 토끼 잡는다" 「중소기업과 개인고객을 위한 종합 금융서비스 네트워크를 갖춘 은행.」 이는 IMF의 굴레를 벗어난 기업은행이 21세기 초우량 은행으로 변신하기 위해 내세운 비전이다. 기업은행은 정부가 대주주라는 안정성에다 지난해 1,883억원, 올 상반기 1,813억원의 이익을 내는 등 흑자기반이 마련됐다는 점, 그리고 벤처 등 성장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에 대한 축적된 노하우가 자랑거리. 이를 최대한 활용한다면 오는 2005년까지 총자산 80조원, 당기순이익 9,000억원, BIS비율 12%, 총자산수익률(ROA) 1.2%를 달성해 초우량 은행의 대열에 오를 수 있다고 자신한다. 국내 유일의 중소기업 전문은행으로 차별화된 여신심사기법과 첨단금융상품으로 중소기업지원과 이익실현을 달성해 낸다면 중소기업이라는 꺼지지 않는 대출시장에 특화된 노하우를 갖고 있는 기업은행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그러나 중소기업 고객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정부은행이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공익성을 위해 때때로는 수익성을 포기해야 하는 운명을 안고 있다. 기업은행이 공익성과 수익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어떻게 좇을 수 있을지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수렁에서 빠져나와 반석 위에 섰다= 기업은행은 1996년 326억원의 흑자를 내는 등 중소기업 전담은행으로 건실한 성장세를 유지해 왔다. 그러다 97년 IMF를 맞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줄줄이 부도가 나면서 570억원의 적자를 냈다. 98년에도 1조3,536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손실을 기록하면서 BIS비율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대주주인 정부의 1조7,000억원 출자, 수익성과 생산성 중심의 강도높은 구조조정, 코스닥 활황세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지난해 1,883억원의 이익을 내고 흑자기조로 돌아섰다. 올 상반기에 이미 1,813억원의 이익을 냈고 연말까지 총 4,000억원 가량의 이익이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올 결산때는 4년만에 처음으로 소액주주 배당도 계획중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중소기업의 운명을 책임진다= 기업은행의 설립목적은 중소기업에 대한 원활한 금융지원. 이를위해 창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때까지 각 단계에 맞는 다양한 금융지원시스템을 갖춰놨다. 「중소벤처창업안내센터」를 설립해 성장가능한 벤처기업을 발굴해 지원하고 소기업 어음할인 전용펀드인 디스카운트 뱅크를 통해서는 영세소기업의 금전적 어려움을 해결해 주고 있다. 또 지난 98년 5월 취임한 이경재(李景載) 행장도 현장밀착경영의 전도사로 나서 지난 2년3개월 동안 1,000여 곳의 영업점과 기업체를 찾아가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막힌 곳을 뚫어왔다. 대형시중은행들이 대기업 위주이었던 것과는 달리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특화은행으로서 오랜 신뢰관계,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는 게 가장 큰 강점. ◇공익성과 수익성 간의 조화 =기업은행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정부가 대주주라는 점. 정부가 대주주여서 1조원이 넘는 출자도 받고 무디스 등 신용평가회사로부터 정부와 동일한 국내 최고의 신용등급을 받았다. 정부의 그늘아래서 안전성과 공익성을 보장받아 왔다. 그러나 때때로 수익성만을 추구하기 어려운 게 사실. 가령 영세기업을 정책적으로 지원할 경우, 대출금리는 그 기업의 신용도에 맞는 시장의 금리가 아닌 정책에 맞는 수준에서 정해진다. 시장이 높은 금리를 받을 때도 우대금리까지 내려야 한다.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때때로 공익성과 수익성은 다른 방향으로 나간다. 때문에 기업은행은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어느 한쪽으로 쓰러지지 않아야 한다. 전문가를 키워 정부 정책과 시장 사이에서 「노(NO)」 라고 말할 수 있는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 ◇중소기업 시장은 개척해 선점하는 자의 것이다= 기업은행 중소기업 특화은행이라고는 하지만 중소기업 시장의 여건이 만만치는 않은 게 사실. 거의 모든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이 수익성이 높다는 점에 착안해 중소기업 고객들을 붙잡으려고 사력을 다하고 있기 때문. 중소기업 기반이 두텁다고는 하지만 기업은행으로서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은행으로서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기업은행이 축적된 노하우로 중소기업 시장에서의 유리한 고지를 적절하게 활용해 나갈지가 관심거리다. 우승호기자DERRIDA@SED.CO.KR 입력시간 2000/09/17 17:38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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