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이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는 데 가교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나지르 라작(사진) 말레이시아 국제상업은행(CIMB)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CIMB의 중요한 사업 영역 가운데 하나가 한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을 긴밀하게 연결하는 것"이라며 한국 시장 진출 목표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라작 CEO는 "최근 동양증권을 인수한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이는 사실무근"이라며 "CIMB는 지역전문성을 갖춘 종합은행으로 한국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이 동남아시아 지역에 진출할 때 적절히 인수합병(M&A) 기회를 제공하고 많은 도움을 주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CIMB그룹은 은행과 증권사 등을 자회사로 둔 말레이시아 최대 투자은행(IB)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M&A 자문과 기업공개(IPO) 주선을 통해 급성장했다. 특히 지난해 영국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아시아 태평양 IB 주식사업부를 인수한 데 이어 올해 3월 서울에 사무소를 열고 한국 및 외국 기관 고객을 대상으로 리서치, 기업 금융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라작 CEO는 "국내의 신한금융지주·KDB금융지주 등에 동남아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라고 조언해왔다"며 "한국 기업이 동남아에 투자하거나 동남아 기업이 한국에 투자를 원할 경우 중간자 역할을 제대로 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한국 기업이 동남아에 투자할 경우 현지 문화를 잘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라작 CEO는 "일본이 동남아에 진출하면 현지 법인 임원들을 모두 일본인으로 임명한다"며 "문화가 다양한 동남아시아는 현지 기업처럼 운영해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에 현지 사람들과 일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이슬람 금융도 적극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쿠크(이슬람 채권)를 비롯한 이슬람 금융은 종교적 활동이 아닌 상업적인 활동이며 아직 투자 수요가 적어 일반 채권보다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며 "과도한 파생상품 도입을 금지하고 상환 불가능 수준까지 자금 조달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리스크도 덜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