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 진출의 마지막 교두보를 잡아라.`
전북은행의 카드사업 부문을 인수하기 위한 이동통신사들과 외국계 금융회사들의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이 최근 공시를 통해 카드업에 여전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또 다른 국내 유명 통신업체도 전북은행 카드사업 인수에 뛰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또 미국계 할부사인 GE캐피탈도 전북은행측과 물밑 접촉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은행 카드사업 부문은 통신ㆍ유통업체의 카드업 진출을 위한 마지막 교두보로 꼽힌다. 이미 현대자동차그룹이 다이너스카드를 인수해 현대카드를, 롯데는 동양카드를 인수해 롯데카드를 만들었다.
또 LG카드는 채권단 인수가 추진되고, 나머지 은행계 카드사들은 모두 은행에 합병돼 결국 카드업계의 매물은 `전북은행 카드사업` 하나만 남은 것이다. 더욱이 전북은행은 신용카드 고객의 1일 이상 연체율이 8.76%에 그쳐 전 금융권에서 가장 낮고, 모든 카드사들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유일하게 17억원의 흑자를 예상할 정도로 경영상태가 좋다는 점도 원매자들이 몰리는 배경으로 꼽힌다.
◇이통사, `휴대폰+신용카드`로 활로 모색= 최근 LG카드 사태와 연체율 급상승 등으로 카드업계가 위기에 몰려 있지만 이동통신사들은 카드업 진출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휴대폰을 통한 소액결제가 `차세대 금융수단`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 분명하고, 신용카드와 결합하면 그 시너지 효과가 확실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은행이나 다른 카드사와 제휴를 통해 소액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신용카드사업을 직접 하게 되면 훨씬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익도 더 많이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휴대폰으로 은행업무를 볼 수 있는 `모바일뱅킹`이 대중화되면서 이들 통신사들은 금융업에 대한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는 금융시장으로 발을 넓힐 수 밖에 없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1,000만명 이상의 고객기반을 가지고 있는 이동통신 업체들이 전북은행 카드부문을 인수해 금융업에 진출할 경우 소액결제 시장은 이들의 독무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북은행과 물밑 협상 시작= 전북은행 카드부문 매각작업은 이미 지난달부터 시작돼 전북은행으로부터 전권을 위임 받은 삼일회계법인이 원매자들과 구체적인 협상에 들어갔다.
금융계 안팎에서는 지난 3월 전북은행과 협상을 벌였던 SKT를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고 있지만 감독당국의 통신업체의 금융진출 견제 등으로 의외의 인수자가 낙찰될 가능성도 크다. 또 그동안 조흥은행과 외환ㆍLG카드 등 카드 매물이 나올 때 마다 입질을 했던 GE캐피탈을 비롯해 몇몇 외국계 금융회사들도 인수전에 뛰어들 태세여서 전북은행 카드사업을 누가 가져갈 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매각협상은 이르면 내년 2~3월 경 매듭지어질 전망이다. 전북은행 카드사업 부문 매각은 LG카드 정상화 작업과 맞물려 카드업계는 물론이고 금융시장 전반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독자적인 모바일 뱅킹 표준을 보유하고 있는 SKT가 전북은행 카드부문을 인수할 경우 결제계좌까지 확보하게 돼 은행권과의 모바일뱅킹 주도권 경쟁에서 확실하게 앞서 나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협상 과정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