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앤 조이] 이유식 서두르면 아이 입맛 잃을수도
한방칼럼
조백건 천안 함소아한의원 원장
요즘 시대 엄마들은 할 일이 많다. 아이가 태어나자 마자 어린이집을 예약해야 하고 돌 잔치 장소도 잡아놓아야 한다. 교육을 어떻게 시킬지 등 엄마들에게 강요하는 사회적 요구가 점점 늘고 있다. 그러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가는 수가 생긴다. 이를테면 이유식 중간 과정을 훌쩍 건너뛰는 경우 등이 그렇다.
한 달 전 애 엄마가 다른 아이들은 벌써 이것저것 먹는데 우리 애는 이유식을 늦게 시작해서 조바심이 난다고 말했다. 생후 6개월 반 만에 이유식을 시작한 것이 또래에 비해 늦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아무리 ‘빨리 빨리’가 미덕인 세상이라고는 해도 이유식에서 만큼은 오히려 ‘느림의 미학’이 빛을 발하기도 한다. 엄마들의 조급함이 아이를 식욕부진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아이가 밥을 먹지 않아 진료실을 찾는 엄마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돌 이전에 일반 밥을 먹기 시작했다는 아이가 꽤 있다. 밥알을 몇 개 줘 봤는데 너무 잘 받아먹어서 어물쩍 어른 밥상에 올라가는 밥을 먹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씹을 준비가 되지 않은 아이에게 밥을 일찍 먹이면 문제가 생긴다.
어린 아이의 오장육부, 특히 위와 장은 아직 완성되지 않아 소화능력이 약하다. 치아도 제대로 나지 않은 아이가 일찍 흰밥을 먹어 씹지 않고 계속 삼켜버릇 한다면 안그래도 약한 소화능력에 문제가 생겨 배가 더부룩하고 속이 불편해진다. 치아는 자연스레 입맛을 떨어뜨려 식욕부진이 생길 뿐 아니라 비위 기운이 강해지는 것을 방해한다.
이유식 책에는 돌 무렵이면 진밥을 먹으라고 나와 있지만 꼭 서두를 필요는 없다. 특히 곡식을 잘게 갈아 씹어 먹을 수 있게 하는 이는 앞니가 아닌 어금니다.
어금니가 온전히 날 때 즈음부터 일반 밥을 먹이는 것이 아이에 대한 배려다. 천인상응(天人相應). 하늘과 사람이 서로 응한다는 뜻인데 아이 몸이 밥을 필요로 하게 되면 하늘에서 씹을 수 있는 이를 내려주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아이가 과일 같은 단맛에 너무 일찍 길들여지는 것도 문제다. 단맛은 기분을 좋게 하고 긴장을 풀어주지만 많이 먹으면 위장을 무력하게 한다. 또 채소ㆍ곡식 등 맛이 담백한 음식을 상대적으로 ‘맛이 없는 음식’으로 만들기 때문에 과일은 다른 맛을 충분히 먹여본 뒤 희석해서 먹여야 한다.
이유식을 서두르지 말고 몇 가지 원칙만 지킨다면 훗날 아이와 밥상머리에서 전쟁을 벌일 확률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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