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기사이클 저점 논쟁

경제전문가 "지났다"·NBER "침체 진행중"지난 4ㆍ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소폭의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자 민간의 경제전문가들은 현재의 경기 사이클이 저점을 지났거나, 저점에 임박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사이클에 관한 공식 기관인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경제가 아직도 가라앉고 있으며, 침체가 끝나지 않았다"고 밝혀 일부 낙관론에 쐐기를 박았다. ◇저점 통과 또는 임박론 가장 먼저 회복론을 주장한 사람은 하이 프리퀀시 경제연구소의 아이언 셰퍼드슨 소장과 ISI 그룹의 에드워드 하이만 소장이다. 이들은 지난해 12월초 경기침체가 3ㆍ4분기에 종식되고 4분기부터 플러스 성장을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그 근거로 소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었다. 이어 지난 1월에 뉴욕 월가의 유력 투자회사인 골드만 삭스가 GDP 통계를 이용해 경기가 저점을 통과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달들어 블루칩 연구소가 52명의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90%가 오는 3월 이전에 저점을 지날 것으로 보았고, 42%가 이미 저점을 지났다고 대답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1분기에 1.6%의 성장을 달성할 것이라고 예상, 지난달 조사에서 대답한 0.7%보다 긍정적 전망을 피력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도 한달전에는 1%라고 대답했으나, 이번 조사에서 1.5%로 상향 조정했다. 민간 경제전문가들의 견해는 연방정부가 예산을 짜면서 예상한 0.7% 성장과 의회 예산국의 0.8% 성장보다 높은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지난 8~9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연석회의는 세계 경제가 9ㆍ11 테러의 충격을 딛고 회복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채택했다. ◇침체론 지속론과 이중저점론 쏟아지는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경기 정점과 저점, 침체를 공식적으로 인준하는 NBER은 지난 11일자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미국 경제는 아직도 침체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NBER은 경기사이클을 측정하는 4가지 요소 가운데 임금만이 침체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산업 생산 ▦고용 ▦제조업 및 거래등 3가지 요소는 여전히 경기침체의 특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산업생산 위축은 심각하다고 밝혔다. NBER은 그러나 지난 4분기 성장률이 플러스로 나온데 대해 "생산성 향상이 GDP 하락을 완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모건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를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견인력이 약할 경우 다시 침체, 이중 저점(W자형 회복)을 형성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 여섯번의 경기침체기 가운데 네번이나 이중 저점이 출몰한 예가 있다는 사실을 예로 들고 있다. 그러나 월가 투자은행의 대다수 이코노미스트들은 이중 저점론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